[전성훈 칼럼]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

전성훈∙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3.01.04

북한의 김정은이 2013년 1월 1일 오전 방송을 통해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습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육성 신년사 발표는 김일성이 사망하던 해인 1994년 이후 19년 만의 일이지요. 김정일 시대에는 노동신문, 조선인민군 및 청년전위를 통해 신년공동사설을 발표했었습니다.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는 김일성을 모방하며 김일성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한 ‘김정은식 통치행태’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민 친화적’이었던 김일성을 모방하면서 김일성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켜서 정권의 안정을 도모하려는 그의 통치스타일이 반영된 것이지요.

이번 신년사에서 북한은 2012년의 업적을 짧게 정리하고, 2013년에 해야 할 일에 대해 장황하게 늘어놓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경제를 첫 번째 과제로 두고 경제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춘 것이 눈에 띕니다. 북한이 경제문제 해결을 급선무로 강조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올해 신년사에서는 유독 부각되는 느낌입니다.

이번에 북한이 주민들에게 제시한 구호가 “우주를 정복한 그 정신, 그 기백으로 경제강국 건설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나가자!”입니다. 북한 당국은 지난 12월 12일 발사한 광명성 3호 위성을 자축하는 데 그치지 않고 2013년 대내통치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잘 해야 별로 선명하지도 못한 사진을 찍어 보낼 수 있는 수준의 초보적인 위성, 그것도 지금 제대로 작동하는 지 알 수도 없는 위성 하나를 쏴 올린 것을 우주를 정복한 것으로 미화하는 것은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더욱이 북한 로켓의 잔해를 수거한 남한 당국에 따르면 이 로켓은 군사용 미사일인 것이 확실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은하 3호 발사는 북한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아니라 북한 동포들의 고통을 가중시킨 애물단지일 뿐입니다. 경제를 파탄시킨 주범을 경제발전의 상징으로 선전하는 것은 북한 동포를 속이는 것에 불과합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북 간의 ‘대결상태 해소’를 명분으로 당국간 대화를 재개할 뜻을 밝히면서 남북관계 진전의 전제조건으로 ‘남북공동선언 존중과 이행’을 제시했습니다. 남한에서 박근혜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6‧15, 10‧4 선언의 이행을 촉구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북한이 두 선언의 철저한 이행을 고집하는 한 남북관계의 앞날은 밝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과거 합의의 기본 정신을 존중하더라도 잘못된 부분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것이 남한 새 정부의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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