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오판이다
2006.06.23
북한이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의 미사일 발사기지에서 장거리미사일인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대해서 크게 우려하고 있으며, 현재 남한을 비롯해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련 국가들이 미사일 발사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북한이 왜 이 시점에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려 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물론 북한당국은 나름대로의 계산에 따라서 행동하고 있겠지만, 미사일 발사는 북한의 엄청난 오판이자 무리수라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당국은 아마도 지난 98년도에 있었던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 때의 경험을 연상하면서 이번에도 미사일 카드를 빼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 당시 클린턴 미 행정부는 페리 프로세스를 가동해서 북한과의 보다 포괄적인 양자대화를 추진했고, 급기야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의 평양방문과 조명록 차수의 워싱턴방문이 성사되는 등 양국 관계개선이 급진전되는 것 같은 전기를 맞이한 바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이 한국전쟁 이후 북한에 대해 취했던 대북 경제제재의 상당부분이 해소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산 원자재의 대미 수출길이 열렸고, 미국산 소비재의 대북한 수출제한도 풀렸으며, 여행과 관광 분야의 제한도 해제되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미사일의 위력을 과시하고 이를 카드화해서 미국으로부터 재미를 톡톡히 봤던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대포동 1호를 시험해서 재미를 봤던 10년 전과 현재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점과 오늘날에는 과거와 같은 미사일 카드가 효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없다는 점을 북한 지도부가 인식하는 일입니다. 다음과 같은 점을 고려할 때, 북한 당국의 이번 미사일 발사 시도는 엄청난 오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선 10년 전과 지금의 국제안보상황은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위협해서 관심을 끌려는 미국의 안보인식이 크게 변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 2001년 9/11 테러를 겪은 미국은 테러집단이나 불량국가의 대량살상무기와 이런 무기를 운반할 수 있는 장거리운반수단의 개발을 국가안보의 최대위협으로 간주하고, 각종 대책을 마련해오고 있는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공식 선언한 북한이 미국 영토를 타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장거리미사일을 시험하겠다고 나서는 상황을 그냥 묵과하고 있을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미국의 일반 시민들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여론도 매우 좋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과 비슷한 사람으로 간주된다는 것은 이미 상식입니다. 미국을 위협하는 최대 적대국가를 조사하는 2001년도 미국내 여론조사에서 북한은 7등을 했지만 2005년도 여론조사에서는 이라크 다음으로 2등을 했습니다. 미국 국민들은 자국이 전쟁을 하고 있는 이라크 다음으로 북한을 위협적인 국가로 보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여론이 이렇게 나쁜 상황에서 미국 행정부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위협에 굴복하고 대화에 나선다는 것은 상상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미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성렬 유엔주재 차석대사의 북미 대화 제의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 유예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중국정부가 북한에게 미사일 발사를 하지 말도록 주문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카드는 쏘아 보지도 못하고 실패한 카드가 되어 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 당국이 하루라도 빨리 이런 사실을 인식하고, 미사일 카드를 거두는 것만이 문제해결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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