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한다

200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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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문제와 6자회담과 관련 북한에게 국제적인 상식에 부합되는 판단을 촉구하며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전성훈 남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의 논평입니다. 논평은 논평가 개인의 견해입니다.

중국의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북한을 방문해서 김정일 위원장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을 만났습니다. 이미 예정되어 있던 방문이긴 했지만 북한의 핵보유 선언이 나온 민감한 시점이었기 때문에 왕부장의 방북에 대해 국제적인 이목이 쏠렸었습니다.

왕부장을 만난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도 공개되었는데, 핵심은 미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김위원장은 6자회담의 조건이 성숙되면 언제라도 회담에 응하겠지만 먼저 미국이 믿을 만한 성의를 보이고 행동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는 6자회담을 반대한 적이 없으며, 회담의 성공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왕자루이 부장의 방북은 이렇다 할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왕부장의 방북으로 북한이 6자회담을 완전히 거부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되긴 했지만, 그렇다고해서 뾰족한 대책이 마련된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국의 한반도 담당 대사도 얘기했듯이, “상황은 여전히 아주 복잡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6자회담이 조속한 시일 내에 재기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중국 측의 판단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현 시점에서는 미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하는 북한의 주장이 과연 타당성을 갖는 것인지 한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듯합니다. 6자회담이 지지부진한 책임이 과연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때문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미국은 제3차 6자회담에서 남한의 방안과 상당부분 흡사한 해결방안을 북한 측에 제시했습니다. 그 이후 6자회담이 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측은 이 제안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아직까지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6자회담 거부에 대해서 미국은 북한이 우선 미국의 제안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얘기하고, 물을 것이 있으면 묻고 하는 토론과정을 거치는 것이 순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보더라도, 미국이 제안을 했으니까 다음은 북한이 그 제안에 대해 의견을 밝히는 것이 순서이지, 회담의 무기한 불참을 선언하는 것은 도리가 아닐 것입니다.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하라는 요구도 상당히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를 담고 있는 불합리한 요구입니다. 우선 적대정책이 무엇을 의미하는지가 불분명합니다. 대북 군사공격 위협의 중단을 의미한다면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부시 대통령은 여러 차례에 걸쳐서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천명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적대정책의 철회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저지를 위한 확산방지안보구상, 즉 PSI의 중단이나 미국의 북한 인권법안 철회를 의미한다면 이는 미국이 수용할 수 없는 요구입니다. PSI는 전 세계 60여 개국이 모여서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모아나가는 협의체로서, 북한을 겨냥하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확산에 관련된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PSI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대북 인권법안도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의 전통에 입각해서 지난 수년간 미국 안에서부터 제기되어 온 미국 내 여론을 반영해서 만들어진 법안이기 때문에 북한의 반대라는 정치적인 요인에 의해서 폐기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결국 북한정권이 현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자기들의 요구사항이 과연 국제적인 상식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것인가, 그리고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인가를 꼼꼼히 따져봄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우군을 잃고 고립되는 사태를 피하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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