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북한은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더 이상 부인할 수 없다

200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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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는 의미 있는 두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이 나란히 워싱턴을 방문해서 부시 대통령과 회담을 한 것입니다. 9.11 테러 5주년을 맞아 테러와의 전쟁에 협력하고 있는 두 나라의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 것은 지난 5년간의 성과를 점검하면서 테러를 분쇄하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결의를 다진다는 차원에서 의미를 갖는다고 하겠습니다.

다른 한 가지 사건은 파키스탄의 무샤라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는 때에 맞춰서 자신의 자서전을 출판했다는 것입니다. “사선에서”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그의 자서전에서, 무샤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과 얼마나 진지하게 협력해왔는가를 소상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관심을 더 끄는 부분은 바로 파키스탄의 핵무기 아버지인 칸 박사와 북한사이의 핵 밀거래 상황에 대해서 소상히 밝힌 부분입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그의 자서전에서 칸 박사가 1990년대 이후 북한에 20여개의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넘겼고, 원심분리기 시설 방문을 포함한 기술 지도도 해줬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 제공된 원심분리기는 구형인 P-1과 신형인 P-2 두 가지 모두라고 합니다. 무샤라프 대통령 또 1999년 북한의 핵 과학자들이 신분을 가장해서 파키스탄의 핵 연구소에서 브리핑을 받았다는 보고를 받고, 처음으로 칸 박사와 북한 관계를 의심하게 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공개한 북한과 칸 박사간의 핵 밀거래 실상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선 국제사회는 그동안 북한이 파키스탄으로부터 구형 원심분리기인 P-1을 구입한 것으로 추정했으나, P-1 보다 더 빠르고 대량으로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P-2를 획득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입니다.

또한 국제사회는 2002년경에 와서야 북한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구체적인 증거를 포착했지만, 이미 1999년에 북한 기술진이 파키스탄에서 기술 지도를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앞으로 북한의 우라늄 농축 기술수준을 판단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샤라프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공개한 내용들은 6자회담을 포함한 북한의 핵문제 해결과정에 중요한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도 북한이 더 이상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게 만드는 결정적인 증거가 될 것입니다. 북한은 지금까지도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제는 북한의 주장이 완전히 설 땅을 잃게 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물론 북한이 과거와 같이 무샤라프 대통령의 자서전 내용도 거짓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북한의 입장에 동조할 나라는 전 세계에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의 대통령을 북한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비판한다면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입지만 더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들도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문제에서 더 이상 북한의 손을 들어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특히 중국은 지금까지 미국이 주장해 온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에 대한 정확한 증거가 있는지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실상 북한 편을 들어왔었습니다만, 이번 무샤라프 대통령의 자서전 출간으로 중국의 입장도 매우 난처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당면한 북핵위기의 촉발원인이 바로 북한이 제네바 기본합의를 위반하면서 비밀리에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는가에 대한 진실게임이었음을 감안할 때, 무샤라프 대통령이 자서전에서 밝힌 내용은 결국 현재의 북핵위기의 원인이 북한에 있었음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문제의 원인제공자가 바로 북한정권이었음이 분명해진 이상 김정일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핵포기 요구는 더욱 거세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전성훈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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