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칼럼] 6자회담 5년.. 북한과의 협상 낙관은 금물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시작된 지 만 5년이 지났습니다. 2003년 8월 27일 북경에서 제1차 회담이 열린 이래 지금까지 6자회담은 거센 파도를 떠도는 돛단배처럼 부침을 거듭해왔습니다.
전성훈
2008.08.29
때마침 지난 26일 북한 외무성이 불능화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터라 6자회담 5년의 여정을 돌아보는 저의 마음이 매우 무겁습니다. 오늘 저의 논평에서는 6자회담의 성과와 문제점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6자회담의 성과로는 핵개발을 하지 못하도록 북한 정권을 압박할 수 있는 국제적인 틀을 갖췄다는 점입니다. 당초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요구하며 6자회담을 거부했지만, 국제적인 압력에 굴복해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북핵문제의 가장 중요한 당사국인 남한의 경우, 지난 90년대 제네바 기본합의 때와 달리, 직접 협상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동북아 지역에서 안보문제를 논의하는 최초의 정부간 다자협력기구라는 역사적 의의도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상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은 당초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우선 북핵 사태가 더 나빠졌기 때문입니다. 6자회담이 출범하고 나서 북한의 핵능력이 증강했을 뿐만 아니라 급기야 핵실험까지 실시되었습니다.

6자회담을 주도한 미국 정부가 내건 회담의 첫 번째 명분이 협상을 통해서 북한의 핵포기 의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었는데, 부시 행정부는 5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의 의지를 확인하는 데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6자회담이 북·미 협상 구도로 변질되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후부터 6자회담은 사실상 북·미 양자가 합의한 사항을 보완해서 추인하는 기구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지난 5년간의 6자회담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정치적 목적과 편의주의적 발상으로 북한과 섣부른 합의를 하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복잡하게 할 뿐이라는 사실입니다.

북한의 장기적인 핵전략을 간과한 채 정치적인 목적에 따라서 애매한 합의를 하는 행태가 더 이상 반복되어서는 안됩니다. 또한 ‘6자회담을 통한 신속한 북핵폐기가 가능하다’는 낙관적이고 감상적인 사고의 틀에서도 과감하게 벗어나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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