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경협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니다


2008.01.12

전성훈

남한은 지난 1990년부터 국민들의 세금으로 남북협력기금을 조성하고, 북한을 지원해왔습니다. 작년까지 모두 8조 5천억 원 가량이 모금되었고, 이 가운데 5조 2천억 원 정도가 지출되었습니다. 2007년의 경우를 보면, 4천 3백억 원 정도가 무상지원에, 그리고 2천 8백억 원 정도가 유상지원에 사용되었습니다. 유상지원에 포함된 쌀 지원은 차관형식으로 돌려받도록 되어 있지만 북한 당국이 그럴 여력과 의사가 있는지는 불확실합니다.

지금까지 사용된 돈 가운데 94%에 해당하는 4조 8천억 원 정도가 지난 2000년 이후에 지출되었습니다. 소위 햇볕정책을 추진한 남한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대폭적인 지원이 이뤄진 것입니다. 이는 남한의 경제지원에 대한 북한의 의존도가 그 만큼 커졌다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작년 말에 있었던 남한 대통령 선거에 대해서 북한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남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대통령 선거 동향에 대해 물었고, 공식 매체들은 한나라당의 집권에 반대한다며 협박을 일삼기도 했습니다. 북한 당국은 개성공단 확장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데 대해서도 상당히 불만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작년 말 북한을 방문했던 남한의 정보기관장에게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남한의 한나라당 정부에서도 “남북관계가 지금처럼 유지되었으면 한다”는 희망까지 피력했겠습니까? 북한 정권은 그토록 절박하고 중요한 과업인 인민들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남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것입니다.

그러나 남북경협은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닙니다. 깨진 독에 아무리 물을 부어봐야 헛일 인 것과 같이, 깨어진 북한의 경제체제를 바꾸지 않으면 외부의 지원은 큰 효과가 없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해 개혁과 개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독 자체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면 땜질이라도 하라는 요구인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외부의 지원을 요청하기에 앞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세를 먼저 갖춰야 합니다. 그것은 도와주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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