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위폐문제에 대한 미국의 인식

200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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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마지막 주를 장식한 북한 관련 뉴스는 아마도 북한의 달러 위조 문제에 관한 미 의회조사국의 보고서일 것입니다. 미 의회조사국은 행정부의 기관이 아니라 미국 의회의 의원들을 정책적으로 보좌하기 위해서 의회가 직접 운영하는 연구소와 비슷한 기관입니다. 3권 분립이 분명한 미국에서 의회에 소속된 기관이다 보니 행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거나 행정부의 정책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이 의회조사국에 소속된 두 명의 연구원이 북한의 위폐문제에 대해서 그 실상과 향후 대응방향을 잘 정리한 보고서를 발간해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이 보고서는 달러 위조문제를 보는 미국 내의 전반적인 시각을 진솔하게 담고 있고, 특히 미 의회가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대응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금까지 4,500만 달러 정도의 북한산으로 추정되는 위폐가 적발되었고, 북한이 현재 위폐를 제조해서 매년 1,500에서 2,5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또한 위폐제조는 미국의 재산과 경제시스템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고, 미국 달러화에 대한 신뢰와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달러위조는 미국에 대한 경제전쟁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이 보고서는 주장했습니다.

달러위조 문제를 경제전쟁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는 주장은 미국 정부와 의회가 북한의 달러위조 문제를 얼마나 심각한 사안으로 간주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문제제기라고 생각됩니다. 이전에도 개인차원에서 언론을 통해 이런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미 의회조사국에 소속된 연구원들이 해당기관에서 발간하는 공식 보고서를 통해서 이러한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은 남북한 모두에게 상당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보고서는 미국이 북한의 불법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소위 “불법행위방지구상”을 실행하고 있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위폐제조 뿐만 아니라 마약이나 위조담배 등 북한이 불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들과 공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이 불법행위방지구상을 실행하는 큰 이유는 북한이 불법으로 벌어들인 돈을 가지고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막기 위한 보다 직접적인 조치는 “확산방지안보구상” 소위 PSI입니다. PSI는 대량살상무기와 관련 장비를 해외에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선박이나 항공기를 검문하고, 필요한 경우 나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국제적인 협력 장치입니다. 현재 60여개 나라가 PSI에 참가하고 있습니다. 결국 불법행위방지구상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필요한 돈줄을 조임으로써 PSI를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조치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6자회담이 진전을 거두지 못하고 있고, 유엔차원의 대북 제재도 그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자국의 법적 조치를 동원에서 북핵문제 해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금융제재 문제가 결국은 북핵문제에서 파생되었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서 금융제재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만 6자회담에 나올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한 미국의 관심에 깔려있는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이 어떠한 조치를 취해야 할 지 분명해집니다. 북한당국이 명실상부하게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약속하고 그 약속을 실천에 옮겨야 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6자회담에 한 다리 걸치고서 계속 미국과 거래를 하겠다는 북한의 생각이 과연 현실성이 있는 것인가를 북한당국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 자세가 미국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북한은 부시 행정부의 임기가 3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은 우리 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3년여의 시간이 결코 적은 시간은 아니라는 점을 우리 모두 자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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