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미국이 북한을 폭정 국가로 보는 이유


2006.03.24

지난 21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이 미국의 부시 행정부가 최근 발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의 내용을 비판하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미국이 선제공격을 통해서 자기 말을 듣지 않는 나라들의 제도를 전복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힌 강도적인 선전포고 문건이라며 강력히 비판한 것입니다.

부시 행정부는 이번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북한과 이란, 시리아, 쿠바, 벨로루시, 버마 그리고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이를 폭정 국가로 명시하고, 이들 나라에서는 독재체제 가 잔인함과 빈곤, 불안과 부패 그리고 고통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일부 폭정 국가들은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거나 테러를 지원하면서 미국의 안보이익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폭정 국가는 아마도 북한을 지칭하는 듯합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담판을 통해서만 체제의 생존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북한 당국의 생각은 확고부동한 것 같습니다. 핵문제를 비롯해서 굵직굵직한 현안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직접 타결이 가장 확실한 해법이라는 것은 북한 당국자들의 일관된 주장입니다. 답보상태에 있는 6자회담도 북한이 애초에 원한 것이었다기보다는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대화를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미국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변해야 한다고 봅니다. 북한은 자기들의 입장에서 미국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미국의 입장에서 미국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발표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의 경우에도, 북한을 폭정 국가로 명시한 선전포고 문건이라고 무조건 비판하면서 북한도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받아치는 것은 북미 관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렁으로 빠뜨리는 역효과만을 가져 올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미국을 보다 잘 이해하고 그 바탕위에서 미국과의 신뢰를 쌓아가길 원한다면 미국이 왜 중요한 국가안보전략을 밝히는 문건에서 폭정 국가에 많은 할애를 하면서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우려하고 있는가를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보고서의 소개문에서 부시 대통령이 밝혔듯이, 미국은 지금 전쟁 중이며, 이번 보고서는 전쟁이라는 비상상황에서 미국 국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전략을 천명한 문건입니다. 테러와의 전쟁중인 미국은 폭정 국가가 테러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위협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미국의 안보전략의 두 축은 폭정을 종식시키기 위한 자유의 증진 그리고 국제협력을 통한 문제의 해결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테러와의 전쟁중인 미국은 북한을 포함한 폭정 국가들의 과거 테러행위 경력을 잘 알고 있으며, 일부 나라들의 경우에는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까지 개발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간에, 북한의 과거와 현재 행태가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안보우려를 야기하는 주요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의 해법은 간단명료합니다. 북한이 미국의 정책결정자들에게 ‘과거의 북한이 아니다. 이제는 북한을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변해야 하는 것입니다. 북한이 과거와의 단절을 명쾌하게 선포하고 미국의 안보우려를 해소하는 조치를 취하는 것만이 북미 관계 개선의 지름길이라는 점을 북한 당국은 인식해야 합니다. 첫 번째 조치가 핵무기 포기라는 결단이 되어야 한다는 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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