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붕괴설의 희비(喜悲)

200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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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붕괴'의 개념을 구체적 짚어보는 김순길 남한 건국대 교수의 논평입니다. 논평은 논평가 개인의 견해입니다.

‘돌도끼에서 원자폭탄까지’란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원자폭탄은 인류과학 발전의 상징이요, 동시에 어떤 종말의 ‘소름끼치는 예언’이기도 합니다. 최근 북한이 핵무기 보유선언으로 세계의 초점이 되고 있는 가운데 ‘벼랑끝 전술’의 극치인 핵 선언을 계기로 다시 한번 그 체제 붕괴설의 진위여부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왜 북한은 아직 붕괴하지 않고 있는가? 이는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부터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모든 이들의 공통된 질문이며 동시에 인류의 숙제이기도 합니다. 아니 이미 1980년대 말 사회주의권의 붕괴 도미노가 시작되었을 때부터 대두된 사안입니다.

먼저 북한 붕괴의 외형적 모습에 대해 논의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붕괴인가. 루마니아처럼 군인들이 총을 들고일어나 집권자를 처형하고 정권을 해체시키는 것이 붕괴인가. 아니면 고르바초프처럼 스스로 권력을 내놓은 것이 전체주의의체제의 붕괴인가. 또 아니면 동독처럼 서독의 강력한 자본주의체제에 흡수되는 것이 사회주의체제의 붕괴인가.

분명한 것은 정권담당자들이 수권능력을 상실한 채 우왕좌왕한다면 그 체제는 벌서 붕괴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북 &# xD55C;은 벌써 외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는 붕괴되었지만 첫째 높은 울타리 내지는 거의 완벽한 모기장 때문에, 둘째 백성들이 너무 유순하기 때문에 ‘본질적 붕괴’에 다다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 붕괴론에 대해 회의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아직 김정일의 서울출현과 자신들의 평양행을 통한 흥분의 순간을 희열로 갈구하고 있으며, 그 반대로 붕괴론자들은 북한체제가 시간을 끌지 말고 두 손 들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이 그렇게 쉽게 붕괴하리라 여기는 것은 아직까지는 ‘낭만’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혈맹관계의 우방이 있는가 하면, 2000년 6월 이후에는 경제지원에 적극적인 서울정부가 있어 안심이 창궐하고 있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체제의 흥망성쇠는 내부요인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현재 평양은 겉으로는 고요하지만 30년 주기의 권력세습으로 속으로는 심하게 요동치고 있습니다.

군부에서는 혁명 1세대들의 퇴진 후에 등장한 엘리트 상층부가 변혁과 수구의 쌍칼을 들고 당을 압박하고 있으며, 당은 당대로 장성택 1부부장의 퇴진 후 심각한 내부갈등에 휩싸여 있습니다. 여기에 두 번째 권력세습이 준비되면서 핵폭발보다 더 무서운 내부진통이 장약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권력세습은 최고 지도자의 피로증후군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일성 주석은 마음도 몸도 지친 1970년대 초반 김정일 위원장에게 권력을 물려주었는데 오늘 그 주기가 벌써 다가왔습니다. 김일성 주석의 상실감은 단지 통일이나 주체사상의 세계 전파 같은 명분과 형이상학적 욕구의 상실로 나타났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여기에 더해 내부경제까지 완전 파탄됨으로써 더 이상 ‘희망의 탈출구’를 찾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단지 그는 절대권력의 포위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허송세월하고 있을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북한 붕괴는 극소수에 의해 지탱되는 잘못된 체제의 붕괴이지 그 어떤 북한 국민의 생존권 위협이나 파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갑작스러운 북한의 붕괴는 분명 연착륙보다 비용이 더 들지 모르지만 한반도의 통일과 동북아의 안전보장을 위해서는 긍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항복은 강요된 것이 아니라 그들에 의해 선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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