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 내 민주정당 창건 시도의 의미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4.02.08
[란코프] 북한 내 민주정당 창건 시도의 의미 북한 간부 및 주민들을 대상으로 제작돼 2021~2022년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 내부 영상 교육 자료.
/ 샌드연구소 영문뉴스레터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지난 1월말 남한의 한 북한 관련 연구소는 북한에서 벌어진 새로운 사건을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어떤 교사가 반체제 운동을 하고 자유 민주 정당의 창건을 시도했다는 내용을 담은 북한 내부 영상 교육 자료를 공개한 것입니다.

 

이 사건은 북한 사람들이 특히 북한의 지식인들이 민주주의와 자유주의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줬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어느 정도 교육을 받고, 세계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는 사람들은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사상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교사가 창당할 마음을 먹은 이유는 역사책이나 역사 영화를 많이 보고, 창당이 사회를 고칠 수 있는 행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교사가 본 영화나 읽은 소설 속의 사회는, 북한보다 주민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훨씬 더 약한 사회입니다. 예를 들면 1970년대 한국은 독재 국가였습니다. 당시 박정희나 군사독재를 규탄하는 데모에 참여하다 잡힌 학생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북한 선전일꾼들의 주장과 달리 정치범으로 사형을 받은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남한의 독재 시대, 반체제 운동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은 수십 명 수준이고 옥사한 사람도 수십 명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김책공업종합대학 학생 서른 명 정도가 김일성 동상 앞에 모여서 김씨 일가 타도를 외치기 시작한다면, 그들 자신과 그들의 부모, 형제들은 어떻게 될까요? 청취자 여러분은 결과를 다 알고 있을 겁니다.

 

남북한 사람들에게 진압과 탄압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일제 시대에서도 흥미로운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1920년대나 30년대 초 식민지 조선에는 노동 운동이 존재했습니다. 파업도 했고 혁명작가들도 있었고, 작가들은 식민지의 모순, 농민과 노동자의 어려운 생활, 친일파의 비도덕적 행위를 작품에서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 북한에서 힘든 농촌 생활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어느 군당 비서나 보위원의 비도덕 행위를 묘사하는 책을 쓸 수 있을까요? 이러한 책을 쓴 사람이 살아남을 희망이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도 뻔할 겁니다.

 

세계 역사에서 북한만큼 주민들을 엄격하게 감시, 통제, 단속하는 정권은 거의 없었고 유감스럽게도 최근 북한은 주민들을 감시하기 위해 보위원이나 안전원보다 더 무서운 세력을 발견했습니다. 이 세력은 바로 정보기술입니다. 우리 주머니에 있는 손전화는 사실상 자동비밀정보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쉽게 도청할 수 있고, 우리가 있는 위치까지 아무 때나 감시자들에게 알려주는 기술입니다. 이것은 민주국가에서도 문제이지만, 북한과 같은 독재국가에서 더욱 큰 문제입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현대 북한에서 비밀창당, 비밀조직 만들기는 자살 행위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체제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직히 말해서 저도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모릅니다. 안타깝지만 그들이 보다 더 좋은 환경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답만을 내놓을 수 있는 게 현실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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