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시대착오적인 꿈, 자력갱생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9.05.09

최근 몇 개월 동안 북한에서 나오는 소식이 좋지 않습니다. 쌀을 비롯한 장마당 가격은 아직 변화가 없지만, 시골에서 나오는 소식을 감안하면, 북한의 경제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당연히 대북제재입니다. 2016년부터, 특히 2017년에 들어와서는 더욱 엄격한 대북제재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외교관들은 대북제재를 완화하려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그들이 얼마 정도나 성공할지는 의심스럽습니다. 북한 경제는 앞으로 오랫동안 경제제재가 결정하는 조건 하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때문에 외교에 대해서 지나친 희망을 거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최근 북한 관영언론과 정치학습 자료 등을 보면 북한 정부는 여전히 자력갱생과 사상투쟁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여러 나라 경제 역사를 볼 때 사상투쟁이 경제를 구하는 만병통치약이 결코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실상 사상투쟁과 자력갱생은 독약과 같습니다. 전쟁이나 국가 위기 때 가끔 효과를 낼 수도 있지만, 정말 그것은 일시적일 뿐입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방법은 경제이익을 주는 것뿐입니다.

북한의 어떤 간부들은 대북경제제재와 외부 압박 때문에 북한은 인민들에게 줄 것이 거의 없으므로 경제이익을 주기 어렵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매우 어렵게 사는 나라에서도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들을 위해 매우 작은 이익이라도, 얻을 희망이 있다면 열심히 일합니다. 북한과 같이 어렵게 사는 나라에서는, 아시다시피 조금이라도 주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북한에선 얼마전부터 실시하기 시작한 ‘기업소 독립책임제’ 덕분에, 비록 국가소유 기업소라고 해도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돈을 조금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의미는, 비록 이 기업소들이 국가소유 간판을 내걸고는 있지만 사실상 개인이 경영하는 기업소들이라는 것입니다.

북한 간부들은 신흥 자본가, 즉 돈주들에 대해 의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개인자본가들은 국가보다 공장을 더 잘 관리할 능력이 있습니다. 북한도 당연히 예외가 아닙니다.

북한 간부들은 돈주를 별로 믿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즘 돈주들에 대한 단속이 다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북한 돈주들은 간부들이나 보위원들처럼 체제유지를 원하는 사회세력입니다.

물론 북한 돈주들이 권력이 많은 간부들을 싫어하긴 하지만 돈주들은 북한 체제가 흔들리지 않기를 원합니다. 그들은 하루아침에 체제가 바뀐다면 돈 벌기가 더 어려워질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 돈주들, 즉 북한식 자본가들은 노동당 간부들의 제일 중요한 동맹자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력갱생 이야기이든 사상투쟁 이야기이든 해도 됩니다. 그래도 북한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흘러간 옛날의 헛소리이기 때문입니다. 사상투쟁 대신에 돈주들을 도와주고, 국가기업소에서도 노동자들이 일한 만큼의 보상을 주는 것이 생활총화나 정치학습 따위보다 효과가 훨씬 좋을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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