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한국인 대다수, 북한에 무관심

란코프 ∙ 한국 국민대 초빙교수
2012.03.15
북한 사람들이 한국에 온다면 가장 이상하게, 가장 놀랍게 생각할 것이 무엇일까요? 물론 한국에는 놀라운 볼거리가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북한 사람들에게 가장 큰 충격은 남한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태도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남한에 대해서 관심이 매우 많습니다. 북한사람들은 남한영화를 몰래 많이 보고 남한에 대한 소문도 북한 내에 많이 돌고 있습니다. 당연히 북한 사람들은 남한도 비슷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상 그렇지 않습니다. 남한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는 북한 사람들과 달리 특히 젊은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서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 언론을 보면 짐작도 못할 일입니다. 북한 언론은 남한에서 김정일이나 김정은을 흠모하는 진보세력이 있고 그들을 싫어하는 보수 세력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보수 세력이 김정은 정권을 싫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에게 북한문제가 그리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남한의 보수파도, 진보파도 북한에 대해 신경을 쓰기보다 국내 경제, 사회문제 그리고 대미국, 대중국 정책에 더 많이 집중합니다.

진보 세력은 이보다 더 복잡합니다. 진보 세력은 보수 세력보다 북한에 대해서 덜 비판적인 태도를 보이긴 하지만 진짜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극소수입니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보 세력도 북한 문제를 부수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한국 국민 대부분은 북한에 대해서 관심이 전혀 없습니다. 그들은 북한이란 나라가 없다는 듯 살고 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습니다. 사실상 젊은 한국 사람들은 북한보다 태국이나 프랑스에 대해서 관심이 더 많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젊은 남한 사람들에게 북한은 너무 못사는 이상한 독재자의 나라에 불과합니다.

어느 정도 이 입장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난 60여 년간 남북교류가 거의 없었습니다. 북한 언론은 개성공단이 남한 경제를 도와주는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100% 거짓말입니다. 남한에는 개성공단 보다 규모가 큰 공단이 수백 개나 있습니다. 일반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가본 적도 없습니다. 북한과 달리 남한에서 북한 영화는 합법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한에서 노동신문이나 천리마를 비롯한 북한 자료를 소장하는 도서관이 몇 개 있습니다. 남한 사람 누구나 북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지만 자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북한에 대해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뿐입니다. 남한 젊은이들은 북한 문학이나 미술에 전혀 흥미가 없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것은 매우 불행한 경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관심은 한반도의 통일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남북 교류가 활성화되어야 하는데 현재 정치 분위기로 보아서는 그럴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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