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해외언론이 김정은을 찬양한다?

란코프 ∙ 한국 국민대 초빙교수
2012.03.22
북한 언론을 보고 있노라면 해외의 언론이 북한정권, 특히 김정일, 김정은을 찬양하고 있다는 보도가 많습니다. 인도의 언론과 영국의 언론들이 김정은을 찬양하는 기사를 썼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 보도를 보는 북한 사람들은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얼마나 사실과 거리가 먼 엉터리 주장인지 알아야 합니다. 세계인 대부분은 북한이나 김정은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북한은 못 사는 개발도상국에 불과하고 김정은은 몸이 조금 뚱뚱한 젊은 독재자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이 같은 보도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북한의 대부분 보도가 그렇듯 이런 보도 역시 왜곡이라고 보면 됩니다. 인도나 영국에서 북한이나 김정은을 칭찬하는 기사가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 기사는 현지인들이 거의 읽지 않는 신문에서 보도되는 것이거나 북한 측에서 돈을 주고 낸 유료광고에 나온 것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광고로 나왔다는 것이 무엇이 다른지 모를 수 있지만 세계 어느 신문사에나 돈만 내면 어떤 글이든 그 신문에 발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계의 모든 신문들은 이 같은 기사는 진짜 기사가 아니라 광고라는 것을 명확하게 표시합니다. 독자들도 이 기사를 보면 신문과 별 상관이 없이 돈 낸 사람의 개인 의견임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북한의 대사관과 영사관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신문사에 돈을 주고 광고란에 김일성, 김정일을 찬양하는 기사를 내보내왔습니다. 이와 같은 광고기사가 나온 다음에는 노동신문이나 중앙방송이 이것에 대해서 마치 신문기사로 나온 것처럼 왜곡 보도했고 북한 사람들은 해외에서 진짜 이러한 기사가 나온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도 이와 비슷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봅시다. 지난 3월 11일 노동신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를 보면 홍콩 신문인 ‘아시아타임스’가 3월 7일에 ‘김정은 령도자 통일운동 주도’라는 제목의 글을 실었다고 썼습니다. 이 보도를 본 북한 사람들은 아마 홍콩 사람들도 김정은을 흠모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아시아타임스는 인기 있는 신문입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컴퓨터로 볼 수 있는 신문입니다. 아시아타임스에는 지난 보름 동안 북한에 대한 기사가 많았습니다. 북한 핵개발은 아시아와 세계를 위협하는 모험이라는 기사와 북한 사회는 장마당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생겼다는 비판기사도 실렸습니다. 또 북한이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하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도 있습니다. 이 내용을 보면 김정은이나 북한 정치를 찬양하는 내용이 결코 아닙니다.

그렇다면 노동신문은 거짓말을 했을까요? 아시아타임스에도 광고를 싣는 면이 따로 있습니다. 광고는 누구나 돈만 내면 실을 수 있는, 신문사 의견과 아무 상관이 없는 지면입니다. 김정은을 찬양하는 논문은 바로 이러한 부분에서 나왔습니다. 광고에 나오는 기사를 쓴 사람은 북한의 해외 선전일꾼으로 알려진 사람입니다. 물론 아시아타임스 독자들이 이 기사를 읽더라도 한반도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으로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노동신문은 이것에 대해서는 전혀 말하지 않고 진짜 기자들이 기사를 쓴 것처럼 보도하였습니다. 이것이 북한식 언론 특성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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