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농업개혁을 더 열심히 해야 하는 북한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9.05.23

요즘 북한에서 들리는 소식들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전례없이 엄격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가 북한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조짐이 보입니다. 핵개발이 초래한 국제관계 위기를 극복할 방법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다 주목해야할 문제는, 김정은 집권 이후 시작됐던 경제개혁의 속도 역시 느려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얼마전 북한 몇 개 지역에서 포전담당제보다 더 강력한 농업 개혁이 실시되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소식통에 의하면 몇 개 지역에서 농장 별로 개인 포전담당제를 확장하고 한 개 분조씩 개인 포전 시범 단위를 꾸려왔다고 합니다. 이는 포전담당제보다 효과성이 높은 개인 농장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20세기 역사가 보여준 바와 같이, 농업에서 농민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경영체제 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은 없습니다. 봉건시대 지주들은 세계 모든 곳에서 거의 사라져 버렸습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시도했던 협동농장이나 인민공사도 모두 쓰라린 대 실패로 끝났습니다.

중국이 1980년대 초부터 눈부신 경제성장을 시작했을 때, 바로 개인포전단위의 확장이 그 첫 걸음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이와 같은 개인 농사를 도입했을 때 국가는 손해가 없습니다. 농민들은 수확 일부를 국가에 바치고 국가는 받은 수확을 군대 등 여러 목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농민들은 자신의 수확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면 열심히 일할 마음이 생깁니다. 2012~2013년 북한에서 포전담당제가 실시된 이후 식량 상황은 김정일시대에 비해 많이 좋아졌습니다. 만약 들리는 바처럼, 포전담당제 대신 사실상의 개인 농장이 실시된 것이 정말이라면 농업 상황은 더 좋아질 것입니다.

중국은 같은 농업정책을 1980년 전후 실시하기 시작했는데 5~7년 이내 식량 생산은 30%나 증가했습니다. 보다 더 효과적인 사례로 베트남을 들 수 있습니다. 1990년대까지 여러 차례 소규모 기근을 경험했던 베트남은 개인 농업을 허용한 이후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쌀 수출국이 되었습니다. 베트남 사람들도 배불리 먹고 외국사람들도 베트남의 쌀을 먹습니다.

북한도 이런 길을 간다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북한은 베트남만큼 기후 조건이 좋지 않아서 쌀 수출은 불가능합니다. 그래도 농업개혁을 한다면,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일반 인민들이 몇 년 이내 배불리 먹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에서 포전담당제를 실시하기 시작했을 때 많은 간부들이 반대했던 이유는 사상문제와 개인주의 확산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다. 이러한 우려는 근거가 거의 없습니다. 현대세계에서 농민들은 도시주민들과는 달리 반정부 반체제운동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세계 어디든 그렇습니다. 농민들은 대부분 정치에 대해 관심이 없습니다. 그들은 잘 먹고 잘 살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경우를 봐도 농민들 가운데에는 봉기나 파업이 거의 없었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에서의 반체제 세력은 보통 노동자와 젊은 지식인들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 집권세력은 농업 개혁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농업 개혁은 도시에서의 개혁보다 덜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저의 희망은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한 북한 지도부가 중국이나 베트남의 경험을 많이 배워서, 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경제 개혁을 계속 추진하는 것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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