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남북 수뇌상봉의 의미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20.06.18

6월 15일은 20년 전 남북 수뇌상봉이 열린 날입니다. 2000년 6월 당시 남한의 김대중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났습니다. 당시 많은 이들이 흥분했고 북한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머지않은 미래에 통일이 올 것이라 꿈꾸었습니다.

물론 이것은 착각이었습니다. 남북이 통일을 이야기 한지 벌써 70년이 넘었습니다. 우리는 통일이 올지, 안 올지 모르지만 만약 온다고 해도 남북회담을 통해서 통일될 가능성은 적습니다. 역사적으로 세계에서 통일을 이룬 국가는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외교회담이나 수뇌상봉으로 이 문제를 해결한 국가는 단 한 곳도 없기 때문입니다.

남북은 모두 습관적으로 회담과 교류가 통일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러나 좀더 객관적으로 말하면 이런 교류는 통일과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세계 여러 국가들이 호상회담이나 수뇌상봉을 셀 수 없이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과 러시아가 수뇌상봉을 가지면 두 나라가 통일하는 건가요? 당연히 헛소리입니다.

사실상 남한과 북한은 서로 다른 국가입니다. 남한의 여당도, 야당도 통일을 이야기 하지만 국민들은 별 관심이 없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어렵게 사는 북한과의 통일이 경제의 큰 부담이라고 여깁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70년 동안 거의 교류가 없던 남북은 시간이 갈수록 서로 달라지고 있습니다.

남한에선 10,15년 전까지 북한과 민족 공통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이 가끔 들렸지만 그마저도 오늘날엔 거의 없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들은 통일 이야기를 들으면 열망이 크겠지만 남한에선 청취자 분들이 상상하지 못할 만큼 관심이 없습니다. 젊은 사람일수록 더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왜 남북한은 수뇌상봉을 할까요? 2000년 남북 수뇌상봉 이후에도 2007년과 2018년 모두 세 차례의 남북 수뇌상봉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바뀐 것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남북 수뇌상봉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남북한은 지리와 역사, 경제와 외교 문제 때문에 서로 무시하면서 완전히 다른 국가처럼 살 수 없습니다. 남한 사람들이 아무리 통일이나 북한에 관심 없다고 해도 북한이 없는 것처럼 살 수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때문에 앞으로 남북교류와 회담 또 수뇌상봉도 계속 될 겁니다. 남한의 대통령은 힘이 있고 북한의 최고지도자는 과거 조선시대의 임금보다도 더 큰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정치구조와 지도자를 중요시하는 남북한 공통의 문화를 감안하면 남측도, 북측도 중요한 문제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수뇌상봉이 필요하고 수뇌상봉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계속 될 겁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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