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이 핵 개발로 원하는 것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3.10.24

북한이 요즘 6자회담을 비롯한 여러 가지 다자 회담에 대한 관심이 있다는 것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북한 언론은 북한이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6자회담의 기본적인 목적이 북한의 비핵화임을 감안한다면 북한은 매우 모순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잘 따져보면 전혀 모순된 게 아닙니다.

현재, 북한이 희망하는 것은 비핵화가 아니라 핵무기에 대한 통제입니다. 바꿔 말해서 북한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로부터 충분한 보상을 받을 경우 자신의 핵 프로그램을 동결하도록 하는 조약을 희망할 것입니다. 어느 정도 1994년의 조약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계약이 체결된다면 북한이 이미 생산해 낸 핵무기를 그대로 보장하고 더 많은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도 그대로 유지할 것입니다.

장기적으로 말하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런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오늘 내일 안에 이루어질 일이 아닙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이와 같은 타협은 매우 불리한 타협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첫째로, 미국의 입장에서 보면, 핵무기를 더욱 발전시키지는 않지만 그대로 유지하는 북한에게 보상을 주는 것은 협박자들의 협박에 못 이겨 보상을 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북한을 비롯해 세계에서 지난 수십 년 동안 핵을 개발하는 나라가 몇 나라 있습니다. 남아공, 파키스탄, 인도, 이스라엘 등입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1968년 핵 비확산 조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 적이 없습니다. 북한은 이 조약을 체결했지만 위반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에게 돈을 주는 것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핵 확산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전례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이유는 미국측에서 북한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습니다. 1994년에 북한이 핵개발을 동결하겠다는 약속을 했었지만 몰래 농축 우라늄을 생산했었습니다. 2012년에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고 하였지만 보름 후에 발사를 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결국, 미국 전문가와 외교관들은 북한이 아무 때나 약속과 조약을 위반하는 국가인 것은 알았기에 북한을 믿는다는 것은 어리석은 행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셋째로 미국 국내정책 또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회 내 공화당에서 아주 날카로운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강경 정책 노선을 지지해온 공화당은 오바마 대통령의 온건정책을 많이 비판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과 문제점이 많은 불리한 타협을 한다는 것은 오바마 행정부에 심한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이 희망하는 핵동결을 전제로 한 타협이 장기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미국이 이러한 타협을 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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