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북한의 협박 외교

란코프 ∙ 한국 국민대 초빙교수
2009.11.26
최근,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언론은 개성 관광, 금강산 관광을 하루 빨리 시작해야 하는데 이남의 '반통일 세력'이 이것을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남한에서 북측과 교류, 협력을 반대하는 세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개성관광 재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결코 자신을 반통일 세력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통일을 위해 개성 관광, 금강산 관광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이 사람들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대로 통일세력인가?

개인적으로 저는 그들의 의견에 완전히 동의하진 않지만, 왜 그들이 이런 논리를 펴는지 그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합니다.

북한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지만 남북 경제 교류는 호상 경제 이익 원칙을 따르는 협력 사업이 아닙니다. 남측은 이 협력 사업을 통해 계속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북측과 사업을 하는 이남 법인, 그리고 개인은 남한 정부에서 얼마정도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사업을 계속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남북 교류를 반대하는 세력은 이 교류가 김정일 정권에게 돈을 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은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통치배들이 통일의 길을 가로막는 상황에서 김정일 정권에 돈을 주는 것은 명백한 반통일 행위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김정일 정권에게 달러를 주는 금강산 관광, 개성 관광을 중단해야 하며, 이렇게 해야만 통일을 이룩할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을 통한 긍정적인 효과는 큽니다.

교류를 통해 북으로 가는 돈 중, 아주 적은 부분이라도 어렵게 사는 이북 인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이북 사람들은 교류를 통해서 이남에 대한 진실을 배우고 여러 가지 쓸모 있는 기술을 배울 기회를 얻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남쪽 사람들도 이런 긍정적인 효과 때문에 교류, 협력 사업에 찬성합니다.

그렇지만 최근, 북한과 교류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더 힘을 얻게 된 이유는 역설적으로 바로 북한 때문입니다. 지난 일 년 동안, 북한은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북한 통치배들은 이러한 협박 외교를 통해서 이명박 행정부에 압력을 가하면 남측에서 보다 더 많은 양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런 상황을 지켜본 남한 국민들의 실망은 컸습니다. 남한 사람들은 북한 정권이 한쪽으로는 남측에서 돈을 받고 다른 한쪽으로는 남한을 위협하는 도발을 하는 것을 보고, 앞으로 북측에 현금을 주는 교류 사업을 계속 해야 하는지 의심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의심은 개성 관광, 금강산 관광 사업을 비롯한 교류 사업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현재 남한 정치계에서는 대북 교류, 협력 사업을 반대하는 세력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이 바라는 바는 아니지만, 역설적으로 이 결과는 북한 정권이 초래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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