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화폐 개혁과 물가 상승

란코프 ∙ 한국 국민대 초빙교수
2009.12.24
북한 화폐개혁의 목적이 무엇일까요? 제일 먼저 이것은 비공식적인 경제를 약화시키고 간부들이 통제하는 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한지 15년이 됐습니다. 북한 지배계층은 경제를 통제해야 나라를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했고 따라서 자발적인 시장화를 가로막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화폐 개혁 이후에 물가는 100배로 감소했지만 국가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그 동안 받아온 월급을 신 화폐로 보장받을 예정입니다. 화폐 개혁 이전까지 받던 생활비를 그대로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또 이것은 그들의 월급이 100배로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제 노동자들은 부자가 되었습니다.

노동자의 생활비는 매월마다 2천원내지는 3천원이 될 것입니다. 신 화폐 3천원은 구 화폐 30만원에 해당합니다. 화폐 개혁 이전에 장사를 잘 했던 부자들도 이렇게 잘 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지금, 북한의 일부 노동자들은 자신이 부자가 됐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만 이것은 확실한 착각입니다.

김정일은 북조선이라는 나라 안에서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경제학 법칙을 위배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북한 당국이 노동자들에게 펼치는 이 정책은 불가피하게 폭발적인 물가 상승을 초래할 것이고 결국, 이 물가 상승은 몇 개 월 이내에 노동자들이 얻은 이익을 다 빼앗아 가버릴 겁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노동자들의 생활비는 많이 상승했지만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물건의 수량은 아무 변동이 없습니다. 적어지지도 않고 많아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100배로 더 많아진 현금이 시장으로 흘러간다면 물가는 높아지기 시작할 것입니다.

이것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입니다. 공급이 늘어나지 않고 현금만 늘어나면 물가는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 설명이 빈약한 북한 교과서에도 들어있는 기본적인 경제법칙입니다.

물론, 북한에는 장마당뿐만 아니라 배급제도 있습니다. 그러나 배급제는 노동자들이 받는 생활비와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배급제의 가격은 상징적인 것입니다. 국가에서 나온 물건이 있으면 배급을 주고 없으면 배급을 못 줍니다.

그러면 북한 장마당 가격은 어떻게 될까요? 앞으로 2-3개월 동안 많이 상승할 것입니다.

노동자들의 소득이 100배로 높아졌으니 100배로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상 그렇진 않습니다. 노동자들이 아닌 사람들도 있으니, 보다 더 복잡할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10년 말, 물가는 수 십 배로 높아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화폐 개혁은 경제 개발을 도와줄 수도 있지만 경제 개발을 위한 기본적인 방법은 아닙니다. 생산 형편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화폐개혁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못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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