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장마당 폐쇄설과 북한 당국의 속내

2009년 새해, 북한 정권이 시장에 대한 단속을 더욱 강화할 것 같습니다. 새해부터는 시장이 거의 문을 닫을 것이란 소문도 돌고 있습니다. 지금은 이런 소식들이 소문에 불과지만, 조만간 소문의 진위를 알 수 있겠지요.

2008.12.31
만약 이런 조치들이 진짜로 시행된다면, 북한 국내 정치 노선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이 제일 두렵게 생각하는 곳이 바로 이 장마당이기 때문입니다.

남쪽으로 말하자면 시장, 사람들이 먹을 것과 생활에 필요한 것을 사고 파는 이 단순한 곳이 가장 두려운 곳이라는 논리는 북한 밖에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체제 유지를 최고의 가치로 생각하는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장마당이 가장 두려운 존재가 맞습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장마당은 개인 자유를 강조하는 곳입니다.

시장에서 모여서 물건을 교환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통제와 감시에서 벗어납니다. 생활비와 배급 없이 살 수 있다는 사실은 주민들의 의식도 바꿀 수 있습니다.

주민들의 생활을 통제하기 위해 경제를 통제해야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는 북한 간부들에게 주민들의 이러한 자유는 위험한 문제입니다.

또, 장마당은 소문과 소식의 확산을 위해서 아주 유리한 조건을 마련해 줍니다.

시장에 온 사람들은 서로 들은 것, 본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일종의 정보 교환인 셈입니다. 그래서 시장은 정부가 허락하지 않은 소식이 쉽게 퍼져나가는 공간입니다.

또 요즘에는 시장에서 수입 영화, 특히 한국의 영화가 많이 팔린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국가 통치를 위해 주민들을 계속 고립시켜야 하는 북한 간부들에게는 절대적으로 위험한 곳입니다. 장마당에서 퍼져나가는 외국의 영화를 비롯한 몇몇 물건들은 고립 정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장마당을 폐쇄하려는 정책은 큰 약점을 안고 있습니다. 시장과 시장 장사가 없어지면 북한 주민들의 생존 자체가 힘들다는 겁니다. 현 북한 정부의 구 시대적인 경제 개념으로는 장마당 없이 주민 생활 경제를 운영할 수 없습니다.

결국, 북한 당국자들은 사면초가의 상황입니다. 장마당을 단속하면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고 반대로, 장마당을 그대로 남겨 놓으면 인민들 속에서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이 확산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장마당을 폐쇄하려 한다는 소문으로 판단해보면, 북한 당국자들은 통제와 체제 유지가 경제 성장보다 더 중요하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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