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경제개혁 속도조절 나선 북한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5-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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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나오는 소식들을 종합해보면 북한 당국은 그 동안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경제개혁 조치라고 할만한 정책들을 상당수 중단한 것 같습니다. 올해부터 전면적으로 실시할 것으로 기대되었던 5∙30조치는 아직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5∙30조치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모든 북한의 기업소들이 독립채산제를 시행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독립채산제를 실제로 하기 시작한 기업소는 몇 곳에 불과합니다.

북한과 무역거래를 하거나 다른 경제협력을 계획하던 외국 사업가들은 이 같은 정책지연에 불만이 많습니다. 그 동안 외국의 투자를 유치하려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북한 당국자들은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사업가들에게 많은 압력을 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아는 사업가들 가운데 상당수가 북한에서 조용히 철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행히 농업 부문에서는 개혁 속도가 크게 둔화할 조짐은 보이지 않습니다. 농민들은 당국이 약속한대로 보다 더 많은 수확을 할당 받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식량 상황은 앞으로 좋아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농업부문 외의 무역과 공장기업소에 대한 경제개혁 속도를 늦추는 정책은 너무나도 위험한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이것은 올바른 전략이 아닙니다. 우리는 북한당국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개혁에 대해 실망이나 위협을 느껴서 그럴 수도 있고, 혹은 고위층 원로 간부들의 저항 때문에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경제정책의 변화가 늦춰지는 것은 너무나 안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 정권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큽니다. 이것은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세계 어디에나 새로운 지도자가 탄생하면 희망은 커집니다. 그러나 이것은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지도자가 주민들이 희망하는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그 지도자에 대한 지지는 급격하게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나라의 생활을 정말 개선하려는 정치인은 인기와 기대가 높을 때 개혁정책을 빨리 실시해야 합니다. 개혁 때문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주민들의 지원 덕분에 이와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가 덜 어렵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개혁을 잠시라도 멈춘다면 이와 같은 주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낭비하는 셈입니다. 뿐만 아니라 주민들은 빠른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체제와 정권에 대해 불만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에는 이러한 위험은 별로 없었습니다. 당시 북한 사람은 외국의 생활에 대해 잘 모르고, 공포 속에서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 정부가 가만히 앉아 있는다면 수많은 북한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을 중국이나 남조선의 생활과 비교하고 불만을 느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체제를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할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바꾸어 말해 북한 정권이 정권과 권력을 유지하는 방법은 인민들의 희망과 기대를 잘 이용하여 가능한 한 빨리 나라의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의 시장화, 자유화를 더욱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지금 북한정권이 처한 상황은 자전거를 타고 깊은 계곡의 ‘흔들 다리’를 건너가는 사람과 비슷한 형편입니다. 멈추면 바로 낭떠러지에 떨어질 수 있습니다. 계속해서 빨리 굴러가야만 안전한 지대에 도착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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