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투자유치와 약속이행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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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 관한 여러 소식들을 종합해보면 북한이 70년대에 중국이 시도했던 개혁과 상당히 유사한 개혁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에 대해 의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수십 년 동안 ‘개혁’이라는 단어 자체를 반동으로 규정해온 북한 당국자들은 개혁을 개혁이라 부르지 않고 ‘혁신’이나 ‘개선’등의 딱지를 붙이고 있지만 이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북한이 개혁을 시작했다고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물론 북한의 개혁작업은 언제든지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비록 제한적인 개혁을 통해서나마 북한 경제가 좋아지고 따라서 북한서민들의 생활수준도 상당 부분 향상될 수 있을 것입니다. 중국의 경험이 잘 보여주듯이 개혁을 통해 시대착오적인 국가사회주의를 없애고 시장경제를 점진적으로 발전시킨다면, 인민의 생활수준을 빨리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시도하는 개혁정책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 한계를 잘 이해해야 북한의 미래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한계는 북한의 사상, 정치 및 국제환경과 직결됩니다. 제일 중요한 한계는 투자 자본의 절대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농업분야에 있어 중국의 방식으로 개혁을 시도한다면 농민들이 열심히 일할 것이고 수확량은 몇 년 내에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공업분야에서도 지배인들이 자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게 된다면 공장이 훨씬 잘 돌아갈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는 통신과 전력부족, 그리고 수송수단 그러니까 철도와 도로망의 절대부족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시골을 보면, 60년대의 남한이나30년대의 일본과 비슷한 모습입니다. 전력도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그나마 있는 대부분의 도로가 포장되어 있지 않습니다. 철도는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사회기반시설은 적은 돈으로 단기간에 개발할 수가 없습니다. 얼마 전에 러시아 전문가들은 북한의 철도복구를 위해 250억 달러 정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것은 정말로 천문학적인 금액입니다.

물론 북한 지도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자력으로 해결할 수도 있고, 자력갱생의 방법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너무나도 무식하고 말이 안 되는 억지 주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천문학적인 액수의 자본이 들어가는 개발사업은 외국의 투자 없이는 개발자체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현재 상황을 감안해보면, 결국 북한에 거액을 투자할 나라들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 20년동안 북한을 지지해온 중국은 북한 정치에 대한 실망이 크고, 대북투자는 자본낭비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도 소련시대 북한과 협력을 하였을 때, 손실을 많이 보았기 때문에 이제 돈을 쉽게 벌 수 있는 프로젝트가 아니라면 투자할 의지를 보이지 않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자면 우선 북한 당국자들은 외국투자를 얻기 위해 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배워야 합니다. 이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남한은 1960년대 이러한 것들을 잘 배웠고, 중국은 1980년대 이 규칙을 잘 습득하였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투자를 하는 나라나 회사에 대해 약속을 지키는 것입니다. 투자를 하는 나라나 회사는 북한을 좋아해서 그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투자를 합니다. 그래서 외국과 같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서는 얻은 이익을 약속한대로 분배해야 하고, 손실이 나올 경우에도 같이 분담해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북한은 이렇게 행동하지 않습니다. 성공했을 경우에 이익을 모두 가져가고 실패했을 경우에는 책임을 완전히 외국 측에 떠넘긴다는 북한에 관한 비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의 정치권력자들은 이렇게 간단한 규칙을 잘 따르지 않습니다. 그들이 이 규칙을 잘 깨닫지 못한다면 북한의 경제개혁은 어느 정도까지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나, 중국이나 남한만큼 큰 성공을 이루지는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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