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통일 후 북한 간부들의 운명은
2006.06.01
저는 어제 북한을 탈출한 한 여성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 분은 북한 간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국가보위국 간부 가족 출신입니다. 그분은 평양에서 잘 살아서 국가보위원 남편이 무슨 이유인지 체포된 다음 남한에 망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분은 중국에서 숨어 살다가 결국 남한에 왔습니다. 그 분이 한 얘기는 이랬습니다. 즉 남편이 1990년대 초부터 해마다 심해지는 북한 상태를 보면서 "우리 나라가 무너질 수밖에 없지. 나라가 무너지면 우리는 보위원들이니까 총 맞아서 죽을거요" 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그분의 남편은 자신처럼 보위부 간부는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새로운 통일 정부 아래서 자신이 사형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남북 통일 뒤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날 수 있을까요? 제가 볼 때 그렇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좀 생각해 봅시다. 북한에서 지식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거의 다 노동당 간부, 아니면 노동당 당원들입니다.
정권이 무너질 때도 나라를 다스를 줄 아는 사람들 전부는 간부 출신입니다. 봉건사회처럼 신분(성분)을 중심으로 하는 특권구조를 엄격하게 지키고 있는 북한사회에서 컴퓨터를 할 줄 아는 자, 영어 도서를 읽을 수 있는 자, 국제경제의 기본 원칙을 이해하고 있는 자들은 거의 모두 간부들이나 간부 집 자식들이다. 그래서 어느 정치 제도하에서도 중요한 자리에 앉을 사람은 간부로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성분이나 신분을 인정하지 않은 민주 사회에서 나중에 서민 출신들도 사회적으로 올라 갈 수도 있지만 첫 단계에서 옛 간부들에 능가한 자가 없을 것입니다.
다른 공산권 국가의 경험을 생각해 보면 같은 결과가 나옵니다. 동유럽에나 구소련에서 간부 출신들은 제일 잘 사는 계층입니다. 이것을 싫거든 좋아하거든 대부분 구 공산권 나라들에서 고급 지도 계층은 지금도 압도적으로 간부 출신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거의 다 공산당 간부들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불가피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과 좀 비슷한 동독의 경험을 보면 동독에서도 통일 후에 간부 출신 중에 벌을 받는 사람은 몇 명에 불과했습니다. 극소수 사람들은 거의 다 북한 보위국에 해당하는 국가안전부 고급 간부들입니다.
그러나 중급 국가보위원 물론 일반 간부들은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사실상 간부들이 갖춘 지식과 경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지금도 높은 직업에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북한에서도 아주 나쁜 짓을 저지른 극소수 간부를 재회하면 설령 남북 통일후에도 일반 간부들이 정치 변화를 무섭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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