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정은의 핵시설 방문, 스웨덴 외교관 복귀의 상관 관계
2024.09.19
며칠 전에 북한 언론은 김정은 위원장이 핵 생산시설을 방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통치자가 방문한 핵시설은 농축우라늄을 생산하는 공장입니다. 흥미롭게도 북한은 2010년까지 북한에서 이러한 공장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주장했는데요. 2010년 갑자기 180도 태도를 바꿔 미국 대표단에 시설을 공개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농축우라늄 생산 기술에 대한 보도는 거의 없었습니다.
김 위원장의 핵 시설 방문 보도와 거의 시기를 같이해 북한은 스웨리예(스웨덴) 외교관들이 북한에 돌아와 정상적인 업무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에 있었던 거의 모든 서방 국가 외교관들은 2020년, 북한 당국의 요구로 철수했습니다. 당시에 기본 이유는 신형 코로나 비루스 방역이었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서방 외교관들의 재입국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스웨리예 외교관들은 4년 만에 북한으로 입국한 서방 민주국가의 외교관이 될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김정은의 농축우라늄 시설 방문과 스웨리예 외교관들의 입국 허용은 같은 이유 때문에 생긴 일로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올해 11월 초, 미국에서 실시될 대통령 선거입니다.
얼마 전 북한 당국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누가 당선이 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고 밝혔습니다만 이건 체면을 지키기 위한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북한은 공화당 후보 트럼프의 당선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면, 2019년 정상회담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지 못한 북한과의 타협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 타협은 표면적으로 비핵화의 첫 단계일테지만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묵인한다는 것을 의미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북한의 꿈입니다. 그러나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 북한도 치러야 할 대가가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이미 알고 있는 핵 생산시설을 모두 파괴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 결정권자들에게 이것은 별로 비싼 대가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들에게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 그리고 대북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 대선 이후에 지난 4년 동안 ‘북한’의 존재를 무시해 왔던 미국 행정부의 관심을 다시 끌어와야 합니다.
미국의 관심을 끄는 방법이 무엇일까요? 당연히 미국에 북한이 갈수록 위험해진다는 신호를 보내야 합니다. 북한이 미국에 알려주고 싶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를 무시하는 동안, 갈수록 힘이 세지고 있으니 우리와 가능한 한 빨리 타협을 이뤄야 한다”
과거, 북한은 이러한 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으로 핵실험을 사용했습니다.
위성사진 등을 감안하면 북한은 적어도 2022년부터 핵실험장에서 모든 준비를 완성했는데요. 풍계리는 아직 조용합니다. 여러 자료에 의하면 북한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이유는 중국의 태도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국도, 러시아도 동북아에서 긴장감이 고조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북한에 핵실험을 절대 하지 말라는 경고를 한다는 겁니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나오는 원조로 살고 있는 북한이 이웃 강대국들의 경고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핵실험을 하지 못하는 북한은 미국에 자신의 위험성을 보여주기 위한 다른 수단을 찾았습니다. 바로 농축우라늄 생산시설을 공개하는 것입니다. 미국측은 이 시설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지만, 김정은의 핵시설 방문은 어느 정도 관심을 끌어 냈습니다.
그러나 스웨리예(스웨덴) 외교관들의 입국은 미국 선거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이것도 상관이 있어 보입니다. 전통적으로 북한과 미국의 회담에서 스웨리예는 중개인의 역할을 해왔습니다. 즉, 스웨리예 대사관은 평양에 새로 설치된 공중전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외교 시설 성격이라는 겁니다.
물론 북한의 희망대로 될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민주당 후보, 해리스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북한이 희망하는 타협에 대한 기대조차 갖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금 미국 선거를 앞두고 준비를 하고, 미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