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복 칼럼: 또 한 차례 소용돌이 예고하는 김대중 씨의 재방북

2006-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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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남한 대통령의 두 번째 북한방문이 드디어 실현될 모양입니다. 지난 21일부터 24일까지 제18차 남-북 장관급회담이 평양에서 진행되는 동안 남측 수석대표인 이종석 통일부장관이 북측으로부터 “김대중 씨가 오는 6월에 북한을 방문해도 좋다”는 말을 들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김대중 씨의 두 번째 북한방문이 실제로 실현되기까지는 아직도 극복되어야 할 장애물이 없지 않습니다.

남한의 언론들은 앞으로 남-북 사이에 있게 될 김대중 씨의 방북 절차 마련을 위한 실무협의와 관련해서 그가 원하는 대로 서울-평양간을 특별열차로 왕복할 수 있게 될 것이냐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 관하여 북한측은 아직 가부간 입장 표명이 없습니다. 장관급회담을 끝내고 서울로 돌아 온 이종석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한 북한 군부의 입장이 부정적인 것처럼 시사한 것으로 보도되었습니다.

그러나 김대중 씨의 재방북의 실현을 위태롭게 만들 수 있는 보다 민감한 장애물은 그것이 아니라 북한측이 김 씨에게 평양 방문 기간 중 죽은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는 소위 금수산기념궁전 참배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 문제는 6년 전 김 씨가 남한의 현직 대통령으로 평양 방문을 추진할 때도 마지막 순간에 철회하기는 했지만 북한측이 집요하게 요구했던 사안이었습니다.

이번에 있었던 장관급회담에서도 북측은 이른바 “상호 방문지 제한 철폐” 요구라는 형태로 이 문제를 끈덕지게 거론했었고 그 결과가 공동보도문 제1항에 담겨졌습니다. “6.15 공동선언의 기본정신에 맞게 상대방의 사상과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장관급회담이 끝나자마자 “공동보도문의 합의사항 가운데 제1항이 무엇보다도 먼저 구체화되고 실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문제의 ‘금수산기념궁전’ 참배에 대한 제한이 무엇보다도 먼저 철폐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김대중 씨의 평양방문은 그 최초의 실험대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만약 북한이 그렇게 나올 경우 김 씨가 과연 그 같은 요구를 수용할 것인가의 여부가 문제입니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남한의 여론이 김 씨가 그렇게 하는 것을 쉽사리 용납할 것 같지 않습니다.

남한의 여론은 김대중 씨의 재방북이 과연 대가 없이 실현될 것인가의 여부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6년 전에 있었던 김 씨의 방북은 실정법을 위반하면서 국가정보기관까지 동원하여 5억 달러 이상의 뇌물을 김정일의 해외 비자금계좌에 입금시켜 주고 그 대가로 이루어진 것으로 이미 밝혀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런 대가가 없을 수 있겠느냐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이종석 장관이 “통일부장관의 직을 걸고” “아무런 경제적 대가가 오간 일이 없었다”고 해명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김대중 씨의 재방북이 이루어지면 이를 계기로 남한에서는 6.15 남북공동선언에 관한 위헌 논란이 더욱 가열될 것 같습니다. 6.15 선언에 관한 논란의 핵심은 남-북이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보고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했다”는 제2항입니다. 그 동안 남한에서는 이 조항이 남한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에 저촉된다는 이유로 위헌론이 제기되어 왔었습니다.

그러나 문제의 6.15 선언 제2항의 내용은 그보다는 남한 헌법을 통해 관류하고 있고 또 그 제8조에서 명시하고 있는 “공산당 불법화”에 저촉된다는 점에서 남한 헌법 하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위헌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 그 동안 간과되어 왔습니다. 북한은 북한 헌법 제11조에 의하여 “주체형의 마르크스-레닌주의 정당‘인 ‘조선노동당’이 “국가의 모든 활동을 영도”하는 공산국가입니다. 반면, 남한 헌법은 그 제8조에서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배”하는 이 같은 계급정당은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통해 해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남한의 헌법 체제 하에서는 공산당 일당독재 국가인 북한과 ‘연방제’로 하나의 국가를 형성하는 것이 당연히 헌법에 위반하는 위헌행위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이 때문에 6년 전에 헌법 제69조에 의거하여 “헌법 준수”의 의무를 지니고 있는 현직 대통령으로 김대중 씨가 북한의 김정일과 문제의 6.15 선언의 제2항에 합의했다는 것은 당연히 탄핵의 사유에 해당하는 위헌행위를 범한 것이고 6.15 선언은 성립될 수 없는 사문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김대중 씨의 재방북을 둘러싸고 또 한 차례 정치적 소용돌이가 예상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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