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6·25 전쟁 중 납북·피살 언론인 285명
2006.09.05
6·25 전쟁 중 북한으로 끌려가거나 피살된 남한 언론인들은 2백 8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언론사 연구에 큰 업적을 보이고 있는 한국외국어대학의 정진석 명예교수가 최근 펴낸 저서 < 6·25전쟁 拉北(납북)>에 의하면 6·25전쟁 중 납북된 남한 민간인 8만 3천여 명 가운데 언론인은 2백 49명이 납북되고 36명이 피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납북 언론인들을 언론사별로 보면 동아일보 16명, 서울신문 11명, 조선일보 9명, 경향신문 9명, 자유신문 7명 등이며 방송사로는 당시 유일한 방송사인 KBS 28명 등 모두 2백49명이었다. 이번에 6·25전쟁 중 납북 언론인 실태를 밝혀 낸 정진석 교수는 “전쟁 중 이렇게 많은 언론인이 죽거나 납치돼 돌아오지 못한 채 생을 마쳐야 했던 비극은 세계 어느 나라의 언론 역사에서도 일찍이 없었다”고 말한다. 참으로 놀랍고 가슴 떨리는 일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당시 남한 언론계의 저명한 언론인들 가운데 상당수가 북한에 의해 끌려갔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식민통치 시절 동아일보 사장을 지낸 백관수, 조선일보 사장이던 방응모, 한성일보 사장 안재홍, 언론인 겸 유명한 소설가인 이광수, 방송인 겸 시인인 김억, 역시 언론인 겸 수필가인 김진섭, 언론인이며 한학자인 정인보씨 등이 그들이다.
남한 언론계에선 북한으로 끌려가서 처형당했거나 열악한 환경에 기아 질병 강제노동 또는 강행군을 견디지 못해 비참한 최후를 맞은 언론인들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납북 당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던 정인보씨는 북으로 끌려가다 묘향산 부근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지금까지 생사여부조차 알지 못하고 있으며 이미 돌아간 사람들도 언제 어떻게 돌아갔는지, 그들의 무덤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퇴직언론인들의 친목단체인 대한언론인회가 일찍이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적십자사에 납북 언론인들에 대한 생사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으나 북으로부턴 이들의 생사여부에 대한 아무런 답변이 없다.
이제 이들 납북 언론인들도 목사 신부 종교인 교수 문인 판사 검사 의사 국회의원 공무원 경찰관등 8만 3천여 명의 납북 민간인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돌아갔거나 아직 살아 있다고 해도 생명이 거의 다해 가는 연로한 사람들이다. 납북 그 순간부터 반세기가 넘게 이들을 기다려 온 남한의 가족들 또한 마찬가지다. 북한이 수 없이 외쳐 온 민족화합이 진정이라면 우선 이들 납북자들의 생사여부와 현재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무덤은 어디에 있는지부터 남쪽의 가족들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그리고 아직 생존해 있다면 이들이 생을 마감하기 전에 마땅히 남쪽의 가족들에게 돌아가도록 해 주어야 한다. 남한의 납북자 가족들은 오늘도 전쟁 중 북으로 끌려간 가족을 찾기 위해 절규하고 있다. 북한이 인도주의의 문을 열도록 거듭 촉구한다. (2006.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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