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또 다른 ‘김영남 가족’들도 만나게 해야
2006.07.03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78년 납북된 김영남(45)씨의 어머니 최계월씨와 누나가 28년 만에 북에서 극적으로 아들을 만나고 지난 주말 남으로 돌아왔다. “그동안 내 속이 까맣게 탔다”는 82세의 노모와 아들이 금강산에서 만나 부등켜 안고 울었을 때, 남한에 살고 있는 모든 납북자 가족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이번 김영남 씨 모자 상봉에 대해 여러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김영남 씨를 포함한 납북자들의 실체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그동안 납북자들이란 없다고 부인해 왔다. 그러나 지난 28년간 속이 까맣게 탄 남쪽 노모에게 소식 한마디 없던 김영남 씨의 출현은 6.25전쟁 이후의 납북자들이 북쪽에 살아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이는 그동안 탈북자등을 통해서도 확인된 사실들이다. 1953년 휴전협정 이후 지난해까지 신원이 확인된 납북자는 489명으로 이중 생사가 확인된 사람은 103명으로 남한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남한의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김영남 씨와 비슷한 시기에 납북된 당시의 고교생 4명과 지난 1968년 납북된 당시 고교생 어부 김인철 씨가 현재 북한에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재확인 됐다고 2일 밝혔다.
김영남 씨는 노모를 만나고 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선유도에서 쪽배를 탔다가 망망대해로 흘러간 뒤 북한 배에 구조된 ‘돌발 입북’이라고 주장했으며 북에서 그의 첫 번째 아내가 된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씨는 1994년 자살한 것이 맞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영남 씨의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고 믿는 사람은 남한 일본 미국 등 자유세계에 아무도 없으며 더구나 그의 주장을 김씨 자신의 말이라고 믿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모두가 그 배후엔 북한당국이 있다고 믿고 있다. 김영남 씨 기자회견 후 남한이나 일본에서 나온 반응들을 보면 알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은 ‘돌발 입북’같은 믿을 수 없는 주장을 더 이상 하지 말고 납북자 문제를 사실 그대로에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그 해결은 김영남씨와 같은 다른 납북자들의 생사부터 남쪽 가족들에게 알려주고 이들을 하루 빨리 만나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상봉 장소와 관련해 본란은 일찍이 금강산 같은 북쪽지역의 동떨어진 장소에서의 이산가족 상봉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해 왔다. 더구나 사안이 다른 납북자 가족의 만남을 이산가족 상봉에 한, 두명 넣어 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다. 그 때 그때 남·북 가족이 확인되는 대로 판문점등 남북한 접경 지역 같은 데서 만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
중요한 것은 ‘속이 까맣게 타고 있는’ 이들 가족들을 하루 빨리 만나도록 하는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북한이 납북자들의 실체를 부인하거나 믿을 수 없는 주장을 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빈축만 사게 될 것이다. 북한이 이번 김영남 씨 모자의 상봉을 허용한 것은 그 의도가 어떻든 잘 된 일로 앞으로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일이다.
그런 만큼 납북자 가족 상봉이 일회성에 그쳐선 안 되며 다른 납북자 가족들도 북에 살아 있는 가족과 하루 빨리 만나도록 해주어야 한다. 북한은 최근 국제사회가 한 목소리로 점점 더 강하게 인권과 인도주의의 존중을 외치고 있는 움직임을 유엔 등을 통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이 김영남 씨 가족 만남을 허용하며 내세운 ‘인도주의’가 과연 진심인지, 선전에 불과한 것인지 국제사회는 지켜 볼 것이다. (2006. 7.3)
문명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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