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엔상임이사국 아직 안 된다


2004.09.29

남한 언론인 문명호씨의 ‘일본, 유엔상임이사국 아직 안된다’라는 제목의 논평입니다. . 논평내용은 논평가 개인의 견해 입니다.

일본의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9월 22일 유엔총회에서 일본의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 의사를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해 온 일본의 역할은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확고한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엔헌장의 옛 ‘적성국’ 조항 삭제도 요청했다.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될 능력이 있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그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문제는 많은 나라들, 그 중에서도 일본의 침략과 지배를 당했던 아시아의 피해국들은 일본이 아직 상임이사국이 될 만한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가 과시했듯이 유엔과 개발도상국 지원에 큰 몫을 제공해왔다. 올해의 유엔분담금 2억8천만 달러는 미국의 3억6천3백만 달러 다음으로, 독일의 1억2천4백만 달러의 두 배가 넘고 영국 8천8백만 달러의 3배가 넘는다. 또 개발도상국원조(ODA)도 연간 1백억 달러 규모로 미국 다음이다. 예를 들면 세계의 문화유산인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사원 복원사업을 위해서도 일본은 재정지원을 하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개발국들의 수리관개시설 등을 위해서도 지원하고 있다. 총 대외원조의 3분의 2가 아시아 지역에 제공된다. 중남미와 아프리카까지도 일본의 지원손길이 뻗쳐 있다. 물론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배경엔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전범국 이미지 개선과 국제적 영향력 증대라는 감추어진 목적도 있다. 일본은 국제사회에 대한 재정지원과 함께 캄보디아, 이라크 등 유엔평화유지 활동에도 자위대를 파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될 자격이 없는 것은 왜인가? 무엇보다 지난 세기에 일으킨 전쟁과 이로 인해 아시아국들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으면서도 과거사에 대한 청산을 깨끗이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진심 어린 사죄와 배상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이즈미 준이지로 총리가 '개인적 소신'임을 내세워 1급 전범들이 합장된 야스쿠니 신사를 정기적으로 참배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2차대전 중 한국의 여성들을 강제로 끌고 가 종군위안부로 착취를 하고도 일본군에 의한 강제행위를 부정하는 등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매주 서울의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생존한 종군위안부 출신 한국여성들이 모여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인 단적인 증거다.

중국은 일본이 난징(南京)에서 벌인 대학살도 사죄하지 않고 있는데 분노하고 있으며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분명한 반대의사를 밝히고 있다.

두 번째로 상임이사국 자격이 안 되는 이유는 일본 제국주의의 아시아 침략을 부정하는 역사왜곡이다. 일본 일부에선 대륙진출이나, 서양제국세력으로부터 아시아를 보호하려 했다는 등으로 왜곡시키고 있다. 한국에 수학여행 오는 일본 학생들이 독립기념관을 가보고 비로소 일본의 잘못을 깨닫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사실그대로 가르치지 않은 것이다.

세 번째로 일본은 국제지도상에서 한국의 동해를 일본해로 빼앗았고 독도를 계속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세기 동안 동해 표기를 써왔던 세계 각국 지도는 일본이 한반도를 강점한 1929년 국제수로기구회의에 동해를 삭제하고 ‘일본해’(Sea of Japan)로 표기를 바꾼 지도를 제출하면서부터 일본해로 바꾸었다. 이때 우리는 일제에 의해 외교권을 박탈당한 상태였다.

유엔과 관련 국제기구는 지명표기 분쟁 당사자 간 협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국제관례에 따라 동해와 일본해 병기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올해부터 막대한 예산과 함께 세계 각국에 일본해 단독표기 로비전을 적극 펼치고 있다. 독도에 대한 영유권 홍보도 함께 하고 있다.

이 밖에도 일본이 유엔상임이사국이 되어서는 안 될 이유는 더 있다. 과거사를 뉘우칠 줄 모르고 이를 합리화하며 현재의 평화헌법을 개정하려고 더욱 목소리를 높여 가는 일본 내 우익세력과 자위대란 포장으로 현재도 막강한 군사력 증강을 계속 꾀하고 있는 일본을 아시아국들은 평화의 수호자, 평화의 전도사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도 아시아 피해국들에겐 일본 제국주의의 잔영이 남아 있다.

따라서 일본이 21세기를 이끌어 갈 세계의 지도국으로 유엔 상임이사국이 되기 위해선 먼저 이 과거사 청산부터 깨끗이 해야 하며 타국의 영해와 영토를 침해해선 안 된다. 과거사 청산 없이는 국제적 신뢰와 동의를 받아야 할 세계의 지도국 역할이 맡겨져선 안 되며 또 맡아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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