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북한은 한·미의 마지막 요청에 귀 기울이길


2006.09.18

한반도 시간으로 15일 워싱턴에서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양국 정상은 북한 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다시 한번 확인했으며 북한에 대한 ‘포괄적 접근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보도됐다. 포괄적 접근방안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조만간 열릴 한·미 양국의 실무진에 의해 실체가 나오겠지만 대체로 지난해의 9.19 공동성명을 좀 더 구체화 한 방안이 아닐까 보여진다.

베이징 6자회담에서 도출된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핵 폐기를 위한 행동에 들어가게 되면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6자회담 관련국들은 대북 에너지 제공 등 상응조치를 취한다는 것이다. 포괄적 접근방안은 이와 함께 북한에 대한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안전보장과 북한·미국 관계개선을 위한 대화방안도 포함될 것 같다.

북한이 6자회담 복귀 조건으로 줄 곧 요구해 온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해제 문제는 6자회담과는 별개 문제로 미국과 북한 간 해결방안이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즉 포괄적 접근방안은 북한과 미국간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부분은 제쳐두고 먼저 풀어 갈 수 있는 일부터 해결을 모색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이 같은 포괄적 접근방안이 북한의 계속된 회담복귀 거부에도 불구하고 무기한 기다려 주는 것은 아니다. 이번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타난 것을 보면 미국은 대북한 제재를 그대로 추진할 것임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노무현대통령의 “새로운 대북 제재를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는 만류에 일단 시간을 두고 남한 중국 등 관련국들과 북한이 회담에 복귀하도록 마지막 외교적 노력을 다해 보겠다는 상황이다.

북한은 일본은 물론 현재의 워싱턴 분위기가 “이제 우리의 인내도 한계에 도달했다”며 극히 부정적 입장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 직전인 13일 미 하원 국제위원회가 북한과의 미사일 핵 등 대량살상무기 관련 물자와 기술 등을 거래하는 기업과 개인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한 ‘북한비확산법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미국의 제재방안은 대북한 유엔결의에 따른 북한 미사일등 대량살상무기 운송 선박에 대한 국제적 검색, 대량살상무기 거래와 관련된 국제적 대북 금융거래 차단 등일 것이다.

일단 6자회담 참가국들은 ‘포괄적 접근 방안’으로 대북한 외교노력을 다시 한번 더 기울일 것이다. 북한이 끝내 회담 복귀를 거부할 경우, 미국과 일본은 더 이상 기다릴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만큼 분위기는 부정적으로 돌아서고 있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만일 대북 제재가 확대될 경우, 그동안 북한에 대한 제재 반대 입장에 서 왔던 남한의 입장도 더 이상 반대만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할 것이다.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인내와 최선의 노력이 허사가 된다면 남한의 선택도 좁아 질 수밖에 없다.

이번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의 대북 ‘포괄적 접근방안’은 북한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아마도 마지막 ‘외교적 노력’ 같아 보인다. 북한이 이에 긍정적 태도를 보인다면 모든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전환점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17일 쿠바에서 미국이 제재를 유지하는 한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6자회담 참가국들의 외교적 노력에 찬 물을 끼얹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6자회담 참가국들의 경직된 분위기를 분명히 알고 이 마지막 기회에 회담 복귀라는 청신호를 보내기 바란다. 이 길만이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다. (2006. 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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