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45년전 이별한 북한 남편 찾는 독일 할머니
2006.11.20
오늘은 45년전 생이별한 북한 남편을 애타게 찾는 한 독일 할머니의 얘기를 하려 한다. 지난 주 남한의 유력지 중앙일보가 전한 이 기구한 독일 여인은 레나테 홍(69세)할머니다.
현재 독일 동부의 예나에서 살고 있는 레나테 홍 할머니는 1955년 예나대학에서 북한 유학생 홍옥근(생존했다면 72세)씨를 만나 서로 사랑하게 되었다. 레나테는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60년 홍옥근씨와 결혼해 두 아들을 낳았다. 그런데 홍옥근씨는 61-62년 북한당국이 3백여명 되는 동독 유학생들을 모두 본국으로 소환해 평양으로 돌아갔다.
레나테 홍씨는 1963년까지만 해도 북한에 있는 남편과 정기적으로 편지를 주고받았다고 하는데 남편은 동독에 두고 온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을 분명하게 나타냈다”고 밝히고 있다. 그 이후 레나테 할머니는 두 아들을 “건강하고 교양 있는 사회인”으로 키우며 통일 전 동독시절 외무부와 북한대사관을 통해 여러 차례 북한의 남편과 상봉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보도에 의하면 레나테 홍 할머니는 지난 주 ”남편을 찾게 해달라"는 3통의 청원서를 독일 외무부와 독일 적십자사, 주독일 북한대사관에 등기로 우송했다고 한다.
레나테 홍 할머니는 이 청원서에서 “남편이 나와 두 아들이 잘 지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 소원이다. 우리 두 사람은 이미 늙었다. 더 늦기 전에 남편을 만나보고 싶다. 도와주면 감사하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이 남한과 독일의 신문 통신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지자, 남한과 독일사회에서 큰 반응을 얻고 있다. 남한의 대한적십자사 한완상 총재는 16일 독일적십자사의 루돌프 자이터스 총재에게 특별서신을 보내 레나테 홍 할머니 부부의 상봉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으며 남북적십자 회담이 재개되면 이 문제도 함께 다룰 것임을 밝혔다. 독일외무부에서도 해결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히고 있다.
레나테 홍 할머니의 큰 아들 페터 현철(46세)씨는 젖소 1000여마리를 키우는 큰 목장에서 기술자로 일하고 있으며 작은 아들 우베(45세)씨는 바이마르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다. 큰 아들 페터 현철씨는 중앙일보 특파원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얼굴을 볼 수 있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생사여부만 알아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늘 이처럼 남한의 보도를 인용해 북한 남편과 생이별 하고 지난 45년간을 홀로 살아 온 한 독일 할머니의 애타는 사연을 길게 전하는 것은 이 또한 남·북한 이산가족의 경우와 같은 인도주의적 문제이기 때문이다. 큰 아들 말처럼 레나테 홍 할머니는 “지난 45년간 아버지 말고는 다른 남자를 생각하지 않았으며 오로지 두 아들을 잘 키우는데만 온 힘을 쏟으셨다”고 한다. 그리고 그 긴 인고의 세월이 지난 지금 남편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으며 오로지 남편을 만나보고 잘 키운 두 아들을 보여주고 싶은 소원뿐 이라고 한다.
긴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일단 레나테 홍 할머니의 청원이 북한대사관에 접수된 만큼 북한은 하루 빨리 이제는 노인이 된 홍옥근씨의 생사여부를 확인해 레나테 홍 할머니와 두 아들의 소원을 풀어주는 것이 인도주의와 인류애에 부응하는 일이다. 북한당국의 신속한 처리를 지켜 볼 것이다. (2006.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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