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남북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해야

남한의 이명박 정부 출범이래 사실상 처음 열린 남북 적십자 회담에서 추석 전에 남북 이산가족상봉행사를 금강산에서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또 한달 가까이 북한에 억류됐던 남한의 ‘연안호’ 어부들도 29일 남한으로 돌아 왔습니다.
문명호∙언론인
2009-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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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남북한 관계가 경색된 마당에 모처럼 좋은 소식입니다. 지난 28일 금강산에서 만난 남북한 적십자사 대표들은 오는 9월 26일부터 10월 1일까지 남북 이산가족들의 만남을 금강산에서 갖기로 합의했습니다. 2007년 10월까지 매년 한두 차례 상봉 행사가 있었지만 그 이후 북한은 남한의 수차례 상봉 요청에도 이를 외면해 왔습니다.

남한 새 정부의 북한 핵 포기 촉구와 햇볕정책 변화 같은 정책적 전환을 연계시킨 때문입니다. 이번 추석 전 상봉은 꼭 1년 11개월 만에 다시 이루어지는 것으로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상봉 행사는 근본적으로 방식이 바뀌어야 합니다. 그것은 상봉을 정례화 하는 것입니다.

이번 금강산에서 만나게 될 이산가족은 남과 북에서 각각 100 명씩 입니다. 남한의 텔레비전 뉴스를 보면 북에 있는 가족 상봉을 적십자사에 신청했다가 당첨되지 못한 이산가족들이 크게 낙담하고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이 몹시 안타깝고 딱했습니다. 도대체 헤어진 부모와 아들, 딸들이 가족을 만나 보겠다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 것입니까?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남한에서 상봉을 신청한 사람은 12만 7천343명인데 이 중 약 3만 9천명이 사망하고 현재 약 8만 8천여 명이 생존해 가족 상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 생존자중 90세 이상이 4.7%, 70세 이상이 76%로 대다수가 사실상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고령자들입니다. 이들이 세상을 떠나기 전 헤어진 가족들을 만나보도록 하는 것은 인륜과 인도주의를 존중해주는 일입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표면적으로는 ‘인도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상봉행사를 하나같이 남북 관계와 연계시켜 왔습니다. 특히 지난 1년 11개월간 남북 관계 경색에 따라 상봉의 문을 닫아 왔습니다. 북한이 진정 ‘인도주의’ 정신을 존중한다면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래서 아직 만나지 못하고 있는 남쪽의 8만 8천여 명 신청자들만 이라도 먼저 북쪽의 가족들을 만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지금처럼 1년에 한두 번 100여 명씩 극소수 인원을 뽑아 만나도록 한다면 신청자들이 모두 북쪽 가족들을 만나는 데만도 수십 년이 걸릴 것입니다. 잘 아는 대로 대만과 중국 본토의 이산가족과 친지들은 일찍부터 서로 왕래하며 만나고 있다고 합니다. 남북한 동포들이라고 그렇게 못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금강산엔 2005년 8월에 착공해 작년 7월 완공한 이산가족 면회소가 있습니다. 이번 추석 전 남북 이산가족 상봉 때도 이곳에서 단체상봉을 갖기로 했다고 합니다. 남북한이 합의해 만든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이산가족들이 정례적으로 만나게 되면 남북 관계를 화해와 협력의 방향으로 풀어 나가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모처럼 남한에 유화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의 정례화를 받아들여 진정한 ‘인도주의’ 정신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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