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2차 핵실험과 한반도 평화

북한이 지난 25일 2차 핵실험을 하고 이어 단거리 미사일 세 발을 발사했습니다. 지난 2006년 1차 핵실험과 지난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단행된 이번 핵실험으로 남북대치 상태가 격화하고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송영대∙전 한국 통일부 차관
2009.05.27
북한이 이번 핵실험을 감행한 첫 번째 의도는 핵무기 성능을 증진하는 데 있다고 보입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핵실험의 폭발력이 최고 20kt으로 3년 전 0.5kt의 40배라고 분석했습니다. 북한은 제1차 핵실험 결과가 실패 또는 부분적인 성공이었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자부할 것입니다. 그들은 이렇게 강화한 핵능력을 바탕으로 향후 미-북 협상의 성격을 바꾸려할 구상입니다.

둘째, 북한의 핵실험 의도는 미-북간의 협상을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 협상으로 전환시키려는 데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6자회담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북한은 간간히 북한과 미국이 같은 핵보유국의 입장에서 핵군축 협상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핵실험 성공으로 협상 성격을 100% 전환하려 할 셈입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 6자회담은 폐기하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바탕 위에서 미국과 협상을 이끌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핵실험은 지난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때처럼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 끌기 작전이 아니라 협상의 판을 키우는 전술이라고 하겠습니다.

셋째, 북한의 핵실험 의도는 김정일 체제의 강화와 후계 구도의 기반 구축을 위한 포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선군(先軍)정치를 바탕으로 2012년 강성대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시간표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강성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핵보유국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핵능력 증진에 매달려왔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상황이 이러한 북한의 의도대로 되어 질까 반드시 그렇치만은 않을 전망입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무모하게 국제사회에 도전하고 있다”고 강렬히 비난했습니다. 지난 26일 긴급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2006년에 채택된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위반했다고 결론을 짓고 새로운 결의안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여기에는 대북 경제제재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북한의 핵실험을 도발로 규정한 남한 정부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 PSI에 전면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미국 정부에 공식 통보했습니다. 아울러 남북해운합의서도 계속 적용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로써 북한 선박이 핵, 미사일, 무기를 싣고 남한 영해를 통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국제사회가 이번 북한 핵실험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쏟아냄으로써 북한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북한 주민들을 굶기면서 핵, 미사일 개발에만 돈을 쏟아 붓다가 내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생각해봐야 할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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