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북인권 사무소’ 남한 설치 의미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14.06.04

북한 인권상황을 감시하기 위한 ‘유엔 북한 인권 현장사무소’가 올해 안에 남한에 설치됩니다. 유엔 북한 인권조사위원회는 지난 2월, 최종 보고서를 통해 북한에서 반(反)인도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책임추궁과 북한 인권상황 기록 등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는 조직을 유엔에 설치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따라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3월말, 유엔 인권최고대표 산하에 북한인권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룰 현장 사무소 설치를 결정한 후 설치지역을 물색한 끝에 남한에 설치키로 확정한 것입니다.

현장사무소의 역할은 북한 인권상황 감시와 기록,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대한 지원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유엔이 북한당국의 강력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현장사무소를 남한에 설치한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첫째, 지역적인 측면에서 남한에 설치함으로써 탈북자 조사 등을 통해 북한당국의 인권침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현재 남한에 있는 2만 6천여 명의 탈북자 외에 매년 평균 1,500여명의 탈북자가 들어오기 때문에 이들의 증언을 통해 김정은 정권의 인권탄압 사례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조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현장사무소 설치는 유엔의 북한당국을 향한 직접적이고 강력한 경고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문제는 그동안 유엔 인권이사회와 총회 차원에서 결의안 채택과 지난 1년간의 조사위원회의 조사, 보고 활동 등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현장사무소가 서울에 설치됨으로써, 코앞에 있는 북한내부의 인권유린상황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기록하며, 통일 후 인권탄압 주동자들을 법정에 세워 처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마치 과거 서독이 동서독 국경지역인 잘즈기터에 ‘중앙기록보존소’를 설치해, 동독 권력층의 인권탄압과 악행을 수집, 보존하고 있다가 통일 후 이 기록을 통해 가해자들을 처벌한 것과 유사합니다.

셋째, 유엔 현장사무소 설치는 시기적으로 김정은 정권의 공포정치로 인권탄압이 극에 달해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3년째인 현재까지 정권유지를 위해, 장성택과 그 추종세력들에 대한 처형을 비롯해 탈북자들에 대한 총살, 남한 영상물을 본 사람들에 대한 총살, 평양 아파트 붕괴사고 관련자 처형 등 전례 없는 폭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심각한 인권유린은 북한주민을 극도로 불안하게 하고 인간으로서 최소한 누릴 수 있는 기본권마저 박탈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가 북한인권문제의 최고 책임자를 비롯한 지도부를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토록 권고한데 이어 유엔 인권사무소를 남한에 설치하는 것은 형사처벌을 위한 물증 확보와도 같다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같은 유엔의 활동이 북한주민들에게 알려질 경우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저항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당국이 인권탄압을 계속하면서 남한, 미국 등에 대한 비난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어리석은 행위입니다.

천부적 권리이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인권을 탄압치 말라는 유엔의 요구에 맞서는 김정은의 행동은 국제사회를 향한 선전포고와도 같기 때문입니다. 북한 핵문제와 인권문제는 이제 남북관계차원을 떠나 국제적 최대 현안으로 부상함으로써, 대북압박의 강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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