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위폐를 둘러싼 3각게임

2005-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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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재무부는 지난 16일, 한·중·일 등 40개국 대표를 초청해 북한의 위폐 제조 의혹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재무부는 북한 위조달러는 1986년에 적발되기 시작했으며 적발규모가 매년 평균 27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올해에는 이 액수가 갑자기 1000만 달러를 넘어섰고 지금까지 적발된 위폐 총액은 5000만 달러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북한이 지금까지 제조, 유통시켜온 100달러 위폐 사진과 실물을 여러 장 공개했습니다. 너무 정교해 진짜와 구별하기 힘들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북한이 만든 100달러권은 어떤 위폐보다 정교해 ‘수퍼 노트’로 불리우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정부 차원에서 위폐를 만든 근거로 최근 스위스산 시변색 잉크와 일본과 프랑스에서 만든 정밀 화폐 인쇄기를 잇따라 대량 구입한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또 다른 증거로 북한 외교관들이 외교행랑으로 위폐를 유통시키고 이것으로 물품을 구매하다 적발된 사실과 북한이 입금한 은행계좌에서 위폐가 섞여 나온 사실 등도 공개했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도 내 눈으로 북한이 만든 100달러짜리 위폐를 확인했다며 우리는 증거를 갖고 있고 한국 외교관들에게 다 브리핑했으니 직접 물어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위폐 제조는 명백한 범죄행위로서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음으로 6자회담과는 별도로 대북 금융제재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불법행동에 대한 법집행 차원일 뿐이라는 라이스 미국무장관의 발언이 이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위폐문제가 미국의 날조라고 비난하면서 미국의 대북금융제재 문제는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미·북간에 협의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의 금융제재가 가해지면 자기들은 핵활동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다고 협박하고 있습니다.

한편 남한 정부는 위폐문제와 관련해 결정적 증거가 없다며 소극적 태도를 보여왔습니다.

이처럼 3각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두 가지 사항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은 위폐 제조 사실을 계속 부인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입니다. 미국이 제시한 증거는 명백한 사실로서 미국은 이것을 북한에도 설명할 준비가 돼있다고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으로서는 일단 설명을 듣고 사실이 아니라면 반증을 제시하면 될 일이지 그것도 안하고 무조건 날조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하겠습니다.

또 북한은 위폐문제를 핵문제를 다루는 6자회담과 연계시키고 있는데 도대체 핵문제와 위폐문제가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것입니까. 이것은 억지요 궤변입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북한 위폐를 감싸주는 남한 정부의 태도입니다. 남한 정부는 결정적 증거가 없다고 북한 입장을 변호하다가 비난여론이 빗발치자 북한 위폐에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고 뒤늦게 밝혔습니다. 범죄는 범죄로서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해야 합니다. 다른 국가의 화폐를 위조하는 것은 전쟁의 정당한 이유가 될 정도의 심각한 문제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미국이 왜 이 문제를 갖고 북한을 몰아붙이는지 예의주시해야 합니다. 더욱이 남한 정부는 미국의 대북금융제재 문제와 관련해 미·북간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현실을 무시한 발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위폐문제는 범죄행위로써 중재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그 해결책은 북한이 지금이라도 위폐 제조를 즉각 중단하고 재발방지 약속을 하는데 있음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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