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미 국무부의 인권보고서


2006.03.16

미국 국무부는 지난 8일 2005년 세계인권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보고서에서 북한, 중국, 미얀마, 이란, 짐바브웨, 쿠바 등 6개국을 인권탄압국으로 지목했습니다. 특히 북한에 관해서는 여전히 김정일이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독재국가라면서 북한은 주민들의 생활을 체계적으로 억압하고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북한 정부의 인권기록은 극도로 열악한 상태라고 규정했는데 보고서의 분량이 지난해에 비해 20% 가량 늘어났습니다. 심지어 최근 탈북자의 증언까지 소개한 이 보고서는 북한에서 재판을 거치지 않은 처형, 실종, 임의구금, 정치범 수용 등의 사례가 계속 보고되고 있으며 감옥은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이고, 고문은 늘 있는 일로 가혹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또 북한은 일본인 외에 한국인을 비롯, 다른 외국인들도 해외에서 납치했으나 일본인 납치 외엔 부인하고 있다는 내용을 새로 추가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보고서는 지난 2004년 유엔아동기금과 세계식량계획의 공동조사결과를 인용, 6세 미만의 북한 어린이 4800명을 조사한 결과 23%가 저체중이며, 37%가 영양실조 상태라면서 북한의 어린이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로 기본권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에 정치범 15~20만 명이 강제수용소에 수용돼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북한에서 정치범을 비롯한 반체제 인사의 탄압이 비인권적 수단에 의해 자행되고 있음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북한의 인권 유린은 굳이 미 국무부의 보고서가 나오지 않더라도 명백한 사실로 지구촌에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그 중 종교탄압이 오랜 골칫거리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저명한 기독교 시민단체의 하나인 오픈도어 선교회는 지난 7일, 북한을 4년 연속 세계에서 기독교를 가장 심하게 박해하는 국가로 꼽았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최근 들어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기존의 노력을 더욱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 의회가 곧 탈북자들을 출석시켜 북한 인권 청문회를 개최하고, 이에 맞춰 미국의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도 유럽에서 제3차 북한인권대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어 다음달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위팃 문타폰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북한 인권에 대한 보고를 할 계획입니다. 또 미국에선 종교·인권단체들이 4월 22일부터 제3회 ‘북한자유주간‘을 맞아 북한 인권 개선 촉구,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반대 등의 시위와 전시회, 기도회 등을 열 예정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사항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는 북한당국이 이제는 인권탄압을 중지하고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인권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국내 사정이나 국가들의 관계에서 다룰 사안이 아닌 인류의 보편적 가치입니다.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갖고 태어난 천부적 권리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그 누구도 침해하거나 훼손해서는 안 될 최고의 가치인 것입니다. 북한 당국은 국제사회의 인권개선 요구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고 항변하고 있는데 이는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므로 북한당국은 열화와 같은 국제여론에 등을 돌리고 나몰라라는 식으로 지내기에는 한계에 와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남한정부의 발상을 전환해야 합니다. 남한은 이제 유엔사무총장 후보까지 낸 국가입니다. 그렇다면 작년 북한 인권개선 결의안을 통과시킨 유엔총회의 정신을 받들어 그 개선을 당당히 요구해야 합니다. 그럴 때 비로소 국제사회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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