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김정일 우상화와 민생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12.08.29

북한이 사망한 김정일 우상화 작업을 위해 막대한 돈을 퍼붓고 있어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과거 30년 가까이 김일성 우상화 작업을 벌여온 북한은 작년 12월 사망한 김정일을 우상화하는데 최소 4,000만 달러를 쓴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북한 전역에는 김일성의 영생을 기원하는 이른바 ‘영생탑’이 3,000개 정도 있는데 여기에는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란 글씨가 새겨져 있습니다. 그런데 김정일 사망 후 글귀를 “위대한 김일성 동지와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로 바꾸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존 영생탑 화강암 판석에 김정일 동지라는 다섯 글자를 새로 삽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무려 2,500만 달러가 든다고 합니다. 또 북한이 지난 4월, 만수대 언덕에 세운 높이 23m짜리 김정일 동상의 제작비가 약 1,000만 달러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작년 말 사망한 김정일 시신을 방부 처리하는데도 100만 달러 이상을 쓴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 김정은은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을 금수산 태양궁전으로 개칭하면서 대대적인 개·보수 공사를 했는데 여기에 450만 달러가 들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이 이처럼 자기 아버지와 할아버지 우상화에 열을 올리는 것은 조상에 대한 효심(孝心)을 나타내고 ‘백두혈통’이라고 불리우는 김일성 가문의 우월성을 과시함으로써 자신의 정통성과 우상화 작업을 정당화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는 조선왕조 시대에서나 볼 수 있었던 봉건적이고 퇴행적인 발상으로서 전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실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돌이켜보면 1953년 소련에서 스탈린이 사망하자 권력을 장악한 흐루시초프는 스탈린의 폭압적이고 잔인했던 통치와 개인숭배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흐루시초프는 레닌의 묘가 있는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묻혀있던 스탈린의 유해까지 들어냄은 물론 스탈린 격하운동의 일환으로 도처에 세워진 스탈린 동상까지 철거케 했습니다.

또 2011년 가을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이 권좌에서 축출되자 분노에 찬 이라크 국민들은 수도 바그다드 중심가에 세워진 독재자 후세인의 동상을 밧줄로 끌어내려 산산조각을 냈습니다. 이것이 주는 교훈이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인류발전에 공헌한 지도자들의 동상은 후대들에 의해 잘 보존되고 기념이 되지만 독재자들의 동상이나 기념탑 같은 것은 증오의 대상으로 처참히 파괴되고 쓰레기처럼 짓밟힌다는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북한이 이번에 김정일 우상화 작업을 위해 사용한 4,000만 달러면 옥수수 약 13만 톤을 살 수 있는 금액입니다. 그리고 13만 톤은 북한의 2,400만 전 주민이 13일간 먹을 수 있는 양입니다. 김정은은 지난 4월 15일 “북한주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런 그가 민생은 외면하고 가문의 영광에만 집중하는 것을 볼 때, 북한의 긍정적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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