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유엔이 확인한 북한인권결의안

2005-11-27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유엔 총회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지난 17일 통과됐습니다. 대북 인권결의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2003년부터 3년 연속 채택되었으나 유엔 총회에서 채택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유럽연합 주도에 의한 이번 결의안 통과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유엔총회가 북한 인권에 대해 지속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외교적, 심리적 파장은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번에 채택된 대북 인권결의안은 고문, 공개처형, 정치범 수용소, 매춘, 영아살해, 외국인 납치 등 각종 북한 인권문제를 거론하면서, 북한 주민의 인권과 기본적인 자유보장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결의안은 또한 세계식량계획과 비정부기구 등 인도적 지원기구와 단체들이 북한 전 영토를 완전하고 자유롭고 무조건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과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지원물자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유엔 인권위원회 결의안을 제대로 수행하고, 유엔 북한인권 특별조사관에게 철저히 협조할 것을 북한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세 가지 사항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첫째는 북한인권과 유엔의 관계입니다. 인권의 소중함은 유엔의 정신과 일치합니다. 인간은 누구나 날 때부터 천부, 불가양도의 자유와 권리를 향유하며 어떠한 국가나 조직도 이를 억압할 수 없다고 유엔은 선언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어느 국가가 자국민이라는 이유로 자의적인 인권 탄압을 자행한다면, 유엔은 인도주의적 개입의 명분과 권리를 갖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결의가 법적 구속력은 없다할지라도 유엔을 비롯한 세계문명국들이 북한 인권에 대해 개선조치를 촉구할 수 있는 도덕적 준거를 마련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둘째는 결의안에 대한 북한의 부정적 자세입니다. 김창국 유엔 주재 북한 차석대사는 미국과 유럽연합이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권문제를 남용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이번 결의안은 유럽연합이 미국의 압살정책에 편승해 내정간섭과 정권전복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내정간섭이란 주장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입니다. 따라서 인권에는 국경이 없습니다. 현 국제질서는 국가주권보다 인권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국제사회의 인도적 개입은 무력 사용을 수반하지 않는 한 그 합법성이 인정되며 불법적인 내정간섭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법상의 통념인 것입니다. 북한이 유엔 회원국인 이상 유엔의 결의를 존중해야 합니다. 북한은 남아공의 인종차별도 유엔의 인권결의안이 채택되면서 시정된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셋째는 이번 결의에서 기권한 남한 정부의 태도입니다. 남한 정부는 3년간에 걸친 유엔 인권위원회의 결의에 이어 이번 유엔총회의 결의에서마저 기권함으로써 김정일 독재정권의 인권탄압을 사실상 묵인하는 꼴이 됐습니다. 기권의 이유에 대해 남한정부는 북한 인권 거론은 남북관계의 경색을 가져오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남한이 인권문제를 제기할 경우 남북관계는 경색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사업 등을 통해 남한으로부터 경제적 혜택을 크게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색상태가 오래 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현재 북한의 처지가 워낙 다급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남한 정부가 북한 인권 탄압을 묵인하는 것은 반민족적이요, 반통일적인 행위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한 정부는 통일되는 날 억압받던 북한 주민들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고 물을 때, 어떻게 대답할 것인지 심각히 생각해 봐야할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말 (0)
Share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