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배우며] 남쪽의 경조사 문화

한 달 가계 지출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것이 결혼이나 장례식 등에 내는 부조 돈인데요, 남쪽의 가정들은 일년에 평균 45만원 정도, 약 450달러 정도를 이 부조 돈으로 지출한다고 하니 정말 꽤 많은 금액입니다. 일터에서도 이런 부조 비를 서로 챙기곤 하는데요, 오늘 ‘일하며 배우며’ 시간은 남쪽의 결혼식, 장례식 같은 경조사 문화에 대한 얘기입니다.

오늘 아침에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아침에 깨여나 세수를 하고 첫 일과로 컴퓨터부터 켰습니다. 책상에 앉아 새로 들어온 전자 편지를 확인했더니 뜻밖에도 기쁜 소식이 하나 들어와 있었습니다.

울산의 큰 배를 만드는 조선소에서 고급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는 제가 아는 한 탈북자 총각이 다음 주 일요일 장가를 간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먼 길이지만 결혼식에 꼭 참가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 장, 그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 친구는 사람들에게 결혼한다는 걸 알려야 하겠는데 돈을 절약 하느라고 청첩장은 만들지 않았고 일일이 전화하기는 번거로워서 한꺼번에 전자 편지를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신부 감은 같은 탈북 여성이고 회사에서 결혼식을 해주니 꼭 참가해달라고 당부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기꺼이 가마하고 답했습니다.

돈을 쓸 일이 또 생겼습니다. 그러나 같은 북에서 온 친구들의 결혼식이나 돌잔치 등에 참가 할 때면 참으로 기쁘고 돈이 아깝지 않습니다.

남 쪽에서도 북쪽에서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결혼식이나 장례식, 돌잔치 같은 잔치에 부조를 합니다. 개인적으로 물론이고 일터에서도 동료가 결혼하면 돈을 모아 내는 데, 그때 마다 모으는 것이 시끄럽기도 해서 이런 잔치를 대비해서 미리미리 돈을 모아놓기도 합니다. 요즘은 사람은 안 가도 부조만 아는 사람을 통해 부탁하기도 하지만, 이런 게 무슨 의미가 있나 했더니 한 남한 사람이 이 부조는 “계”나 “적금” 타는 것과 같아서 설명해서, 참으로 각박하다 싶었습니다.

친구 잔치에 부조를 한만큼 내가 받으니 열심히 부조를 해야 또 내 잔치에 그만큼이 돌아오는 거라는 설명이었습니다. 그렇지만 또 모든 남쪽 사람들이 이렇게 계산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결 혼 문화는 많이 다릅니다. 남한에서는 북한과 달리 결혼식을 거의 옛날식으로 하지 않고 유럽식 비슷하게 교회나 전문 식장에서 진행을 합니다. 그리고 결혼식이 간단히 끝나면 신랑 신부는 거의나 무조건 해외의 관광지나 제주도 같은 국내외 좋은 관광지들로 신혼여행을 다녀옵니다.

저는 남한의 결혼 문화를 보면서 처음에는 지나친 낭비와 치부라고 생각 했었지만, 다녀 보면서 생각을 바꿨습니다. 오히려 결혼식은 간단하면서도 결혼 당사자들에게는 일생의 즐거운 추억으로 남을 만한 좋은 방법이라고 봅니다.

지 난달에도 저는 서울에서 하는 한 친구의 결혼식에 참가 했습니다. 신랑 신부 모두 북한 출신이었는데, 결혼식장이 그야말로 울음바다가 돼버렸습니다. 결혼 당사자인 신부가 너무도 울어서 결혼식에 참석했던 사람들도 따라 울어버린 가슴 아픈 결혼식이었습니다.

신 랑 신부의 부모형제들은 이런 기쁜 날을 보지 못하고 북한에서 돌아가셨고, 또 살아있는 쪽도 결혼식에 참가를 못하니 남의 손을 잡고 식장으로 들어서는 신부의 마음이 어떠했겠는 지는 짐작이 가실 겁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분단의 현실이 우리 탈북자들에게 가져다준 슬픔과 불행은 이렇게 기쁜 날도 순순히 기뻐할 수 없을 만큼 큽니다. 그러나 이런 현실 속에서도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서로 결혼을 하고 재미나게, 그리고 행복하게, 열심히 잘들 살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결혼식은 있지요. 지방에서는 승용차가 없어서 신랑신부가 걸어가거나 너무 멀면 화물차를 빌려 타고가거나 트랙터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지요. 농촌들에서는 아직도 결혼 당일 날에 사진을 찍어줄 사람이 없어서 멀리 군에 있는 사진사를 모셔 와야 하는 경우들도 많습니다.

또 북한에도 국내에 좋은 관광지들이 많지만 신혼여행이라는 말조차도 모르고 오직 상부에서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게 결혼식을 간소화 하라’는 지시에 따라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온 동네가 모여서 먹고 마시는 북한의 결혼식도 좋은 풍습입니다. 이렇게 같은 민족이면서도 판이하게 다른 결혼 문화에 대해선, 앞으로 서로가 서로를 알고 좋은 측면으로 가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