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대학풍경: 대학과 교재


2006.10.11

안녕하세요. 조명일 입니다. 지난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1년이 이렇게 추석 한가위만 같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리고 싶습니다. 날씨도 좋고 가을의 계절이라 모든 것이 풍성하게만 느껴지는 보내기 아쉬운 계절인 것 같습니다. 남한의 대학들에서는 추석기간에 쉬는 날이 길어서 거의 닷새정도 휴식을 했고 이번 주에 다시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저는 얼마 전에 수업에 필요한 책을 몇 권 사려고 서울에 있는 한 서점에 갔었습니다. 추석 연휴 기간이어서 혹시 서점도 문을 닫은 건 아닌지 걱정하면서 갔었는데 다행히 영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휴일인데도 서점에는 사람들이 엄청 많아서 놀랬습니다. 필요한 책을 고르기 위해 서점의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문득 북한의 대학에서 공부하던 그 시절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남한의 대학에서 학생들이 어떤 교재와 참고서를 가지고 공부하는지 여러분께 이야기 해드리려고 합니다.

북한과 남한의 교육은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대표적으로 대학공부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교과서에서는 정말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일반적으로 교재라고 말하는데 수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교재가 아주 다양합니다. 북한에서는 교재사용에 많은 제한이 따르고 있지만 남한에서는 교수의 재량에 따라 아주 자유롭게 교재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남한의 대학에서는 교과목도 다양하기도 하고 같은 과목이라고 해도 교수에 따라서 다른 교재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교수에 따라서 교수자신이 선호하는 교재가 다르면 그 수업의 교재도 다릅니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경영학의 경우 교재는 더 다양합니다. 일반적으로 경영학은 세계의 최신지식과 추세를 빨리 반영해야 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는 같은 교수의 같은 과목이라 할지라도 학기마다 교재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최신 추세와 최신 경영기법을 반영해야 하다 보니 영어로 된 외국의 책을 주 교재로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도 처음에 한국에 와서 대학공부를 할 때 가장 어려웠던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영어였습니다. 경영학에서 쓰이는 교재의 대부분이 영어로 된 미국의 책이다 보니 영어를 번역해서 수업을 따라가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그와 비슷한 내용의 우리 한글로 번역된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먼저 읽고 그 다음에 영어교재를 참고하는 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이렇게 영어로 쓰여진 교재가 너무 많다 보니 처음에는 이거 너무 사대주의 적인 교육이 아닌가, 왜 우리 글로 된 책을 쓰지 않을까 하고 의문이 들면서 이해를 할 수 없었고 북한에서 교육 받았던 대로 남한은 미국에 너무 의존하는 사대주의 근성때문에 주체성을 잃는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점차 한국사회와 세계의 발전을 깨닫고 보니 경제와 사회, 기술과 경영 등 많은 분야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선진 기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선진 기법과 기술이 대부분 세계공통어인 영어로 출판되고 있으며 세계의 발전된 국가가 되기 위해서라도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과서 얘기를 하다가 영어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게 된 것 같군요.

수업에서는 기본 교재 외에 또 부교재라는 것도 있습니다. 주교재와 달리 부교재는 수업에 필요한 참고해야 할 내용들이 들어있습니다. 또 어떤 교수님은 아예 주교재 없이 여러 권의 책을 다 교재로 사용하면서 수업을 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어떤 과목은 교재가 없이 신문이나 논문, 혹은 강연자들을 초청해서 그들의 강연을 내용으로 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수업의 내용이 다양한 것만큼 교재나 참고서의 내용과 수도 다양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렇게 다양한 교재는 그 누구의 지시나 허락 없이 단지 그 해당 교수의 성향에 따라서 마음대로 선정되는 것입니다. 어떤 경우는 교수의 수업내용이나 교재가 정부 정책이나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의 것도 많이 있습니다. 이러한 수업에 필요한 교재는 대체로 학교 구내에 있는 서점이나 아니면 시내의 일반 서점에서 구입하기도 하며 어떤 학생들은 선배가 이미 사용했던 책을 빌려서 쓰기도 합니다.

또 인터넷에서 중고 책을 사기도 하고 일부 학생들은 책을 사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수님은 학생들에게 수업의 교재가 어떤 책이라는 것만 알려줄 뿐 그 책을 사야 한다는 강제규정은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그 필요에 따라 교재를 구매합니다.

이렇게 교재가 다양하고 마음대로 책을 고르고 선택하는 풍족한 여건 속에서 공부하면서 북한에서 공부하던 그 때를 회상하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공부하고 싶은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마음대로 책을 살 수 있고 다양한 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이런 사회 속에서 나라를 발전시키는 지식과 인재가 충분히 배출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도 머지않은 통일의 날에 보고 싶은 책을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꿈을 꾸면서 열심히 살아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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