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대학풍경: 대학생과 자유민주주의
2006.09.21
사랑하는 북한대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새학기를 맞아 들뜬 마음으로 등교길에 오르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9월이 절반이나 훌쩍 지나갔군요. 만물이 무르익는 가을철이라 조금 있으면 여러분들은 농촌으로 가을걷이 전투를 나가겠군요. 참 여기 남한은 모든 농사일이 기계화 되어있고 또 전반적인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나 군인들이 농촌지원에 동원되는 일이 없답니다.
봄가을 농사철이 오면 협동농장에 나가 이른 새벽부터 찬물에 발 담그고 하루 종일허리가 아프도록 모내기랑 벼가을이랑 하던 기억이 아직도 새로운데 물론 그때는 힘들고 고생스러웠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보람차고 금주고 못산다는 젊음의 추억으로 남습니다.
여기 남한의 대학생들은 젊어서 그런 고생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거나 직장생활을 하는데 용기와 인내가 부족한 면이 없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여기 남한은 북한하고 달리 육체적 고생이나 집단적인 강제력이 없고 모든 것이 자유롭고 능동적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는 환경에 잘 적응하는 적응력과 자기 자신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절재능력이 많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사회주의 사회인 북한과 다른 남한의 자유 민주주의에 대하여 제가 4년간 생활하면서 느낀 바를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조직이나 집단의 통제와 지도가 강하기 때문에 개인들은 그에 맞추어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고 특별한 생활환경의 변화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변화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지만 여기 남한은 정말 다릅니다. 우리가 북한에서 배운 주체사상은 어떻게 보면 남한사회가 더 잘 구현하고 있다고 보여지는 대목이죠.
여기서는 말 그대로 자기운명의 주인은 자기자신이고 자기운명도 자기 스스로 개척해 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자유롭고 구속력이 없다고 해서 모든 것이 무질서 하고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만 난무한다고 보면 틀린 것입니다. 이사회에서 자유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의 자유이며 자기 행동은 자기가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강한 책임감이 내포된 자유인 것 입니다.
민주주의도 모든 사람들이 언론의 자유, 집회, 결사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지만 그것이 주위사람들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국가의 법과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라면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은 자기가 지는 것이죠.
제가 처음 남한에 왔을 때는 너무도 자유롭고 구속이 없어서 오히려 생활이 불안하고 북한에서 집단생활을 하던 때가 그리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는 시키는 대로 열심히 하면 육체적으로 힘들긴 해도 정신적으로 걱정이 없었는데 이곳에서는 모든 생활계획과 의사결정을 제 스스로 해야 하였기 때문입니다.
대학에 처음 들어가서 수강신청이라는 것을 하는데 북한에서는 이미 다 짜여진 강의시간표에 맞추어 하던 버릇이 있어 자기 스스로 시간표를 짜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당황스럽더군요. 어떤 사람은 시간배치를 잘하여 오전수업만 듣고 오후에는 과외를 하거나 개인의 취미생활을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주에 3~4일 정도만 공부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런 것을 전혀 몰랐던 전 정말 어려웠지요. 또한 수업이 시작된 다음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강의에 빠져도 누구도 이야기 하는 사람이 없었고 숙제를 하지 않아도 교수가 그에 대해 꾸중하거나 벌주는 일도 없었죠. 집에서 하루 종일 빈둥거리며 놀아도 누구도 그것에 대하여 비판하는 사람이 없었고 강의시간에 일이 있으면 슬그머니 나와 영화관에 가든 오락실에 가도 누구도 제지하거나 타이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물론 아파서 집에 혼자 있을 때 누구도 관심을 돌려주지 않거나 시간이 바빠 끼니를 건너도 다정하게 같이 먹자는 사람이 없을 때는 각박한 인심과 무정한 개인주의에 북한의 그리운 친구들이나 부모님 생각이 날 때도 많았지요.
하지만 점차 남한사회에 적응하면서 그러한 생각은 서서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학기가 끝나고 시험에서 강의에서 빠진 내용 때문에 낮은 점수를 받을 때나 방학이 지나고 함께 모인 동기들이 그 기간에 자격증 하나씩 따거나 어학실력이 부쩍 늘어난 것을 보았을 때 너무도 허무하게 흘려 보낸 나날들이 후회되었고 이 사회에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남들 뒤꽁무니만 따라 다니겠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어요.
그 다음부터 여기 남한친구들의 생활을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하였는데 정말 놀라웠습니다.
여기 학생들은 철저한 자기관리에 익숙해 져서 강의시간은 물론이고 조그마한 여가시간도 효과적으로 자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또 남들과 꼭 같이 즐기면서도 집에 가면 밤을 새워 과제도 하고 자체학습도 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러한 생활습관은 물론 자기 자신이 스스로 마음먹고 실천할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의 전반적인 흐름이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자기통제 능력이 있어야만 생존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는 치열한 경쟁과 자율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사회에서 인정도 없고 약육강식의 자본주의 법칙만 존재하는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곳에서 친구들도 사귀고 또 이웃을 하나씩 늘어가면서 점차 따뜻한 이웃의 정과 친구들의 의리도 쌓이고 뉴스를 통해 눈시울 적시는 아름다운 인간들의 이야기도 접하면서 결코 내가 북한에서 배운 그런 사람 못 살 사회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제가 이사회에 적응하면서 앞으로 남북한이 통일되면 북한에 있는 우리 형제들도 저와 같은 경험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여기서 더 많이 더 잘 배워서 통일이 되는 날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이야기를 마치면서 하루빨리 우리 민족이 하나가 되어 함께 부강한 나라를 건설하는 통일의 그날이 왔으면 하는 바램으로 인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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