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철: 대학생과 봉사활동
2006.06.28
보고 싶은 북한대학생 여러분. 한창 초록이 짙어가는 6월의 마지막 주입니다. 아마 이맘때쯤이면 북한대학생들은 물론 고등중학교와 초등학교의 학생들도 농촌지원으로 들판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겠죠.
북한에서 봄가을이면 농촌지원에 나가 이른 새벽부터 찬물에 발을 담그고 모내기를 해야 했던 추억들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고생도 많았고 어떤 해는 공부보다 농촌동원과 건설현장에서 더 많은 나날들을 보냈지만 돌이켜보면 학우들과 서로 우정도 쌓고 난관을 극복하는 강인한 정신력도 키운 좋은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여기 남한의 대학생들은 사회봉사활동을 어떻게 하는가에 대하여 여러분께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북한과 달리 남한은 봄과 여름에 정기적으로 하는 농촌동원이라는 말 자체가 없습니다. 농사는 농민들이 다 기계로 짓기 때문에 특별히 일손이 딸린다거나 도시나 단체의 지원을 바라는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공업과 경공업중심의 경제체제이기 때문에 많은 농촌의 인력들이 도시로 유입되는 실정이죠. 그러다 보니 대학기간에 또는 어떤 이들은 어려서 성인이 될 때까지 모내기나 파종을 전혀 못해본 사람도 많습니다. 그 대신 이곳에서는 다른 식으로 사회에 대한 봉사활동을 하지요.
주로 대학생들은 방학이 오면 사회봉사활동에 많이 참여하는데 주로 장애인 돕기, 불우이웃돕기, 외국인 근로자들의 현지적응 돕기, 해외의 어려운 아동들과 난민들에 대한 구제활동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은 대학의 동아리별로, 혹은 방학에 서로 뜻이 맞는 친구들끼리, 혹은 민간복지단체나 NGO단체들, 종교단체들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대학축제기간이라든가,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기념일과 행사주간에 사회봉사활동을 많이 하죠.
저도 3학년1학기에 대동제기간에 우리 동아리에서 진행하는 장애아동 돕기 성금마련에 참가하여 의류업체에서 기부한 유명상표의 옷들을 대학축제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팔고 그 돈을 장애아동복지시설에 기부하였는데 처음으로 남한에서 남을 돕는 봉사활동에 참가하니 얼마나 뿌듯한지 몰랐습니다.
저가 남한에 와서 항상 사회와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고만 살았는데 이제는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게 되었다는 긍지와 행복감이 북한에서 억지로 하던 농촌지원이나 건설활동보다는 훨씬 더 값지고 보람차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방학에도 민간단체가 주선하는 북한어린이 돕기 운동에도 참가하고 또 노인복지시설에도 자원봉사 하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에서 공부하는 많은 북한에서 온 친구들이 사회봉사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는데 방학이 시작하자마자 벌써 인도나 캄보디아로 선교활동과 구제활동을 하려고 떠난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런 활동에 참가하여 주로 하는 내용을 보면 장애인들의 자활훈련을 도와주거나 고민상담도 해주고 또 어린이 복지시설에 찾아가 함께 놀이도 하고 여러 기업과 단체에서 기부한 물품들을 축제기간에 대학 내와 거리에서 팔아 그 돈을 성금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리고 동남아나 다른 외국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들을 찾아가 공부도 가르치고 컴퓨터나 한국어도 가르치며 또 그들로부터 외국의 문화를 배우고 외국어도 배우는 좋은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또한 해외봉사활동을 하는 경우 자연재해로 기근에 시달리거나 열악한 경제적 조건으로 빈곤한 생활을 하는 지역의 사람들을 찾아가 지원물자도 전달하고 학업이 어려운 아이들도 가르쳐 주고 종교단체별 종교 활동도 하는 등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이 있습니다.
북한하고 사회봉사활동이 다른 점은 북한에서는 하기 싫어도 강제적으로 농촌지원에 나가야 하고 또 안 참가하면 불이익을 받지만 여기 남한은 모두 서로의 자발적인 의사에 따라 자율적인 규율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활동을 함에 있어 더 흥이 나고 열심히 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또 사회봉사활동을 많이 한 사람은 대학입학과 졸업후 취업, 외국에 유학을 가는 경우 가산점을 받게 되는데 이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는 계층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도움을 이끌어 내기 위해 사회봉사활동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처음에 남한에 와서 북한에서 배운 대로 황금만능의 자본주의, 약육강식이 일반화된 사회라는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는데 사회봉사활동을 체험하고 또 여러 가지 국가적으로, 민간단체주도로 이루어지는 사회복지를 보면서 이제껏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고 또 지금껏 자본주의 사회가 사회주의에 비해 물질적 풍요와 함께 정신적, 문화적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바탕이 어디에 있었는가에 대하여 새롭게 느끼었습니다.
지금 남한에서는 북한의 어려운 경제사정과 식량난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북한돕기 운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80년대에 남한에 수해가 났을 때 도와주었던 그 형제의 정을 잊지 않고 있으며 그때보다 더 많이 더 정성껏 보내려고 성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복한의 형제들도 남한과 꼭 같이 서로서로 돕고 화목하게 살아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그날이 오면 좋겠어요.
오늘도 열심히 사회봉사활동에 땀 흘리고 있을 우리 북한의 친구들을 그려보며 또 함께 손잡고 잘살아갈 통일의 그날을 그리며 저의 이야기는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