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뒤짚어 보기: 北 간첩사건 왜 비호하나


2006.11.03

북한선전매체들이 고정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장민호(미국명 마이클 장. 44)씨 사건과 관련해 남한 국가정보원이 수사중인 "간첩단 사건"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1일 조선중앙방송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의 성명을 인용해 "이번 사건은 정보원이 보수세력에 편승하여 간첩사건을 조작하고 이를 구실로 남조선에서 높아가고 있는 통일기운을 눅잦혀(누그러뜨려) 보려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대남방송인 평양방송도 "민주노동당이 성명을 발표하고,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훼손시키려는 그 어떤 행위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이를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 방송들은 이정훈 전 민노당 중앙위원과 최기영 민노당 사무부총장에 대한 구속과 수사에 대한 국내의 반발여론은 소개하면서도 중국에서 북한 공작원과 접촉한 혐의로 구속된 장민호씨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간첩사건"에 대해 처음 발표한 것은 대남기구인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가 대변인 담화를 통해 "남조선 공안당국이 반공화국 대결소동이 극도에 이르고 있는 때에 우리와 연결시켜 그 무슨 '간첩단사건' 소동을 벌이고 있다"고 발표한 지난 달 30일부터입니다.

선전매체들의 비난 내용을 요약하면 '남한 공안당국이 6.15지지세력을 말살하고 북한의 핵실험 지지 목소리가 더욱 높아가는 것을 막고, 반 공화국 대결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미국과 친미보수세력이 날조한 철저한 모략'이라는 것입니다.

북한은 남한에서 간첩사건이 터질 때마다 항상 '남한 공안당국의 모략'이라고 선전해왔습니다. 대표적인 사건으로 1968년에 있었던 "통일혁명당 사건"과 70년대에 있었던 '서승 서준식 간첩사건' 이었습니다.

통혁당 사건 때에도 김종태 최영도를 비롯한 연루자들이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주석을 접견하고 조선노동당에 입당했고, 공작자금 7만 달러를 수령한 사실은 조사과정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장민호 역시 4차에 거쳐 북한에 잠입해 노동당에 입당하고, 활동지령과 함께 공작금 1만 9천 달러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북한의 고정간첩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장민호는 '일심회' 즉 김정일 위원장에게 충성을 다한다는 조직을 만들고, 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이었던 이정훈과 손정목 등을 포섭해 간첩활동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일심회 총책 장민호와 이정훈은 중국 베이징 근교의 '동욱화원 (東旭花園)'에서 노동당 대남부부장 유기순, 김정용 과장 등을 10여 차례 접선해 지령을 받았고, 모든 연락은 e-메일과 음어(암호문)를 통해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장민호는 이 공로 때문에 통일위업에 헌신한 사람들에게 수여되는 '조국통일상'을 받았고, 이정훈, 손정목 등에게도 '민족통일상'이 수여되었다고 합니다.

사건의 진실이 이만큼 드러났음에도 북한당국은 자기들과 연결된 사람들이 아니라고 시치미를 떼고 있습니다. 북한이 만약 이 사건에 대해 침묵할 경우, 간첩들과 연결된 당사자로서 대남 적화노선이 변하지 않았다는 인식이 남한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이 사건은 화해와 협력으로 민족공동의 번영을 이루어 갈 것을 약속한 6.15공동선언 이후 서로에 대한 비방과 간첩활동을 하지 말자고 약속한 것에 대한 엄연한 위배입니다.

남한은 6.15이후 북한에 대한 간첩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북한은 남파 간첩들을 파견하는 등 간첩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8월에도 노동당 대남기관인 35호실 공작원 정경학이 필리핀 여권을 가지고 남한의 군사기지와 원자력 발전소에 대한 정보활동을 벌이다가 적발되었습니다.

북한이 스스로 간첩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도 뒤에서 간첩활동을 벌이는 것은 여론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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