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 사랑과 결혼


2006.05.23

탈북자 코너 '북한의 젊은이들에게' 오늘은 첫 시간으로 탈북자 김기혁씨가 북한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시간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전번시간에 이어 남녀 간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젊은 여러분! 한 주간 즐겁게 보내셨습니까? 여러분과 만나는 네 번째 시간입니다. 여기 남한에 와서 꿈에도 그리는 친구들과 만나는 마음으로 여러분에게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여러분과의 만남의 시간이 기다려지고 또 한주간의 저의 생활도 그만큼 행복해 지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과 만나는 이 시간만큼은 고향에 두고 온 친구들과 이야기 하는 것 같고 또 내가전하는 이곳의 소식을 고향에 있는 친구들 중 누군가가 들을 수도 있다는 기대감으로 가슴이 설 례군 합니다.

전번시간에는 두 번에 걸쳐 봄철 옷차림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이번시간에는 전번시간에 이어 남녀 간의 사랑과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먼저 남녀 간의 사랑에 대하여 이야기 하겠습니다. 제가 남한에 와서 대학교에 들어갔을 때 제일로 많이 받은 질문이 북한에서는 사랑을 어떻게 하고 있는 가였습니다. 북한에서도 남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많이 있지만 여기 남한도 북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너무 많았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황당했던 질문들 “북한에선 사랑을 하려면 당 조직의 승인을 받아야 한 다면서요” “북한에서는 사랑도 집단적으로 하나요.” 젊은 여러분 황당하지요. 저도 황당했습니다.

북한젊은이들의 사랑방법에 대한 이곳 남한 젊은이들의 오해와 마찬가지로 북한에 있는 젊은 여러분도 여기 남한 젊은이들의 사랑 관에 대하여 많이 궁금할 것입니다.

그럼 여러분들과 지금부터 궁금 중 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봅시다.

제일 먼저 제가 여러분들에게 이야기 해주고 싶은 것은 남녀 간의 사랑에서 서로의 직위 문제입니다. 지금은 좀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그곳에서 살 때만 해도 남녀 간의 사랑에서 항상 남자가 우위를 차지하였지요. 물론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위한 방법은 남이나 북이나 별로 차이가 나지 않는 것 같은데요,

하지만 북한에서 여자가 일방적으로 남자에게 배려하는 것 과 는 달리 여기 남한에서는 내가 보기에는 너무한다 할 정도로 남자가 여자에게 최고 의 배려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 남한에서는 여자의 권위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고 얼마 있지 않아서 여성 상위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여기 남한에서는 남자는 여자를 사귀기 위해 금전적 준비를 해야 합니다. 여기 남한에는 청춘남녀들을 위한 수많은 기념일들이 있는데요, 그때마다 여자 친구를 위해 선물을 준비해야 합니다. 물론 여자가 남자를 위해 준비하는 것도 있지만 남자가 더 많은 부담을 해야 합니다.

북한에서 여자들이 남자친구를 위해 뜨개질을 한다든지, 술상을 준비한다든지, 또 남자들은 입과 몸만 있으면 되는 것과 는 다르게 여기 남한에서는 남자들이 참 고달프지요.

그렇게 여자들에게 잘해줘도 조금만 잘못하면 딱지를 맞기 가 일쑤입니다. 매시간 마다 자신의 상황을 여자 친구에게 보고 해야 하고, 저녁마다 집까지 배웅해야 하며 만난일자를 따져 백일 이백일 하면서 기념식을 해줘야 하고 생일날엔 선물과 함께 이벤트를 해주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남자는 종이고 여자는 주인입니다. 때때로 제가 여기 남한의 친구들에게 순박하고 순정적인 북한여성들 이야기를 하면 친구들이 하는 말 통일되면 모두 북에 올라가겠답니다.

하지만 저는 때때로 다시 한 번 여기 남한에서 태여 났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설사 여자의 종으로 사랑을 한다고 해도 여기 다시 한 번 뜨거운 사랑을 해보고 싶습니다.

누가 볼가 무서워 손도 제대로 잡아 보지 못하고 만나는 것도 밤마다 몰래 구석진 곳만 찾아 다녔던 북한에서의 사랑! 아무리 남자 우월주의 사랑이라고 해도 별로 추억에 담을만한 사랑이 아닌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여자 친구와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도 떨고 싶고 또 둘이 팔짱을 끼고 백화점 에 가서 서로의 커플 (여기서 커플은 쌍이라는 뜻입니다)옷도 맞추어 입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도 보고 식당에서 밥도 먹고 주말에는 자가용자동차를 타고 동해바다로 여행도 가고..

이자 제가 하고 싶다고 한 것들이 이곳 젊은이들이 평범하게 즐기는 데이트 코스입니다. 여기 젊은이들이 아주 평범하게 즐기는 사랑방법이 그곳에서는 달나라 같은 환상의 이야기 일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오붓하게 저녁식사 한번 할 수 있는 장소조차 없는 그곳과 문만 나서면 찻집이고 식당인 이곳 남한 또 사랑하는 사람에게 조그마한 선물조차 할 수 없는 그곳과 마음만 먹고 열심히 하면 그 어떤 것도 다해줄 수 있는 여기 남한.

우린 다 같은 젊음이고 다 같은 한민족인데 왜 이렇게 우리들의 삶은 천양지차의 차이가 날까요. 저는 그것이 제일로 가슴이 아픕니다. 젊은 여러분 여기 남한의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 재미있었나요. 다음시간도 사랑이야기를 계속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 만나는 시간까지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참 혹시 남자 친구나 여자 친구가 있으면 오늘의 제이야기를 전해 주십시오. 그리고 남성 여러분 여자 친구를 위해 한번 종이 되어 보십시오. 안녕히 계십시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