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 사랑과 결혼 (2)
2006.05.30
탈북자 코너 '북한의 젊은이들에게' 탈북자 김기혁씨가 북한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시간입니다. 전번시간에 이어 오늘도 이곳 남한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젊은이 여러분 어느덧 꽃피는 봄이 가고 녹음 짙은 여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젊은이 여러분 지금 북한에서 무엇을 하고 지내십니까? 요즘은 봄철이라 농촌 지원들을 다 나갔겠군요. 새벽에 일어나서 모내기를 하려면 물이 차서 들어가기가 몹시 싫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농촌지원이 싫었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고 재미있었던 기억도 많은 것 같습니다. 지원 나가는 지역의 처녀와 모내기를 하면서 사랑을 나누던 기억도 나고요 또 쏟아지는 봄비를 피해 버드나무 밑에서 삶은 고구마를 먹던 기억도 납니다.
여기 남한에서는 돈을 주고 도 그런 재미는 느낄 수가 없지요. 영화에서나 볼법한 장면이라고 할까요. 살아있는 자연, 때 묻지 않은 사람들, 북한사람들이 인권이 억압된 그 땅에서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사랑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족 간의 사랑, 연인간의 사랑 등, 사랑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명약과도 같은 존재인 것 같습니다.
젊음 여러분 그럼 남한의 젊은이들의 사랑방법을 좀 더 자세하게 이야기 해봅시다. 여기 남한의 젊은이들은 이성간에 어떤 만남 을 가질까요? 제가 대한민국에 와서 대학에 처음 입학 하였을 때 일입니다.
하루는 학과 대표가 나와서 저녁에 단체 미팅이 있으니 모두 준비하라고 하였습니다. 나는 “ 아! 여기 남한에서도 북한에서처럼 저녁에 어디 단체적으로 무슨 회의를 가는가보다”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미팅이란 영어로 ‘만나다’라는 뜻인데 단체로 미팅을 간다고 하니 북한의 조직사회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빠질 수도 없고, 해서 저녁에 그들을 따라 갔습니다. 지금생각해보면 폭소를 금할 수 없지만 30살이 넘은 아저씨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장소에 나갔으니 제 일생에서 제일 황당하고 당황했던 순간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사실 그날의 미팅이란 남녀 간의 선을 본다는 뜻이었습니다. 그것도 단체로 선을 보는 자리였지요. 제가 다녔던 홍익대학교 학생들과 고려대학교의 학생들과 의 미팅 자리었는데 서울에 신촌이라는 곳의 어느 한 맥주집이 장소로 정해졌습니다.
맥주 집에 들어서니 상대편에서는 한20여명의 젊은이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처음에 자기소개부터 시작 했습니다.먼저 나이, 이름, 태어난 곳, 출신 고등학교 등등 신상을 소개하고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게임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나면 그 사람과 짝이 되는 것이지요.
드디어 제 차례가 되었습니다. 저는 사실대로 제 신분을 밝혔습니다. 나는 북한에서 왔고 이 자리가 이런 자리인줄은 전혀 모르고 따라왔으며 하지만 남한의 문화를 배우고 싶다고 양해를 구했습니다.
내가 공부하는 학과 학생들은 물론 상대 쪽 학생들도 모두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다행히 그날 상대 쪽 여학생들 중에 북한문제에 관심이 많은 한 학생이 나의 말벗이 되어 주었습니다. 그 학생은 무척 이쁘게 생겼었는데 내가 외로움을 느낄까봐 신경을 써주었습니다.
사실 남한에서 미팅자리는 이성 친구를 사귀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써 실제로 그것에서 눈이 맞아 결혼에 성공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날 그 여학생은 자기가 좋아하는 남학생을 사귈 수 있는 기회를 나 때문에 포기 한 것입니다.
이렇게 저는 처음으로 남한젊은이 들의 사랑 방법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 남한의 젊은이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연애를 하는데 특히 대학시절에 많이 합니다. 남녀가 사귀면 될 수 있으면 첫사랑을 귀중히 여기고 또 그것을 지키려고 애쓰는 북한과는 달리 여기 남한의 젊은이들은 미국식 문화의 영향으로 될수록 많은 이성의 친구를 만나고 사귀면서 자기에게 꼭 맞는 사람을 찾아 결혼을 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북한은 젊은이들이 사랑을 하면서 택하는 장소가 구석진 곳이나 남의 눈에 잘 띄우지 않는 곳이라면 이곳의 젊은이들이 택하는 장소는 자기들의 애정을 마음껏 과시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그 장소가 바로 커피숍, 식당, 영화관, 극장, 등등이지요, 이곳 남한의 젊은이들은 일단 만나면 찻집에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물론 대화는 자기들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배우나, 체육선수 이야기, 등이 제일 많고요 그리고 옷차림에 대한이야기 여기에는 옷의 형태부터 옷의 질감 추세 가격 등등을 이야기 합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애정 표현도 함께 말이죠...
차를 다 마신 다음에는 백화점에 가죠. 백화점을 돌며 서로가 같고 싶은 것도 사고 또 커플티 도 사 입고 커플링도 사 낍니다. 그리고 가는 곳이 영화관입니다. 영화관에 들어 갈 때는 북한에서 도 흔하게 먹는 것 있죠, 강냉이를 튀긴 것 여기서는 팝콘이라고 하는데 그것을 한 봉지 사고 콜라를 사가지고 들어갑니다. 영화를 보면서 팝콘도 먹고 콜라도 함께 마시며 영화를 즐기곤 합니다.
젊은 여러분 어떻습니까? 여러분은 좋아하는 이성친구와 영화관을 가본 적이 있나요, 같다면 어떻게 영화를 보셨나요, 제 기억으로는 영화를 보겠다고 서로 밀고 당기며 몸싸움을 하던 기억밖에 나지를 않네요.
“임꺽정”이랑 “명령 0.27호” 랑 상영할 때는 영화관 출입문이 다 떨어져 나갔으니까요. 그런 곳에서 어떻게 달콤한 사랑을 나눌 수 있겠습니까? 젊은 여러분 언제쯤이면 여러분도 여기남한의 젊은이들처럼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랑을 나눌 수 있을런지 그날을 그려봅니다. 젊은이 여러분 사랑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남한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는 다음시간에 계속해서 하도록 하지요, 젊은이 여러분 그럼 다음 만나는 시간까지 행복하시고 건강 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