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혁: 결혼식 문화 (2)


2006.07.11

젊은 여러분 한 주간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셨습니까? 여기남한은 지금 막 장마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하루 종일 구질구질 내리는 비를 바라다보노라면 저 멀리 고향 하늘이 그리워집니다. 사무실에 앉아 비 내리는 거리를 바라보면 언뜻언뜻 스치는 고향의 스케치들이 눈앞에 얼른거려 그리움은 더해만 가는 것 같습니다.

젊은 여러분 며칠 안 있으면 7월 8일입니다. 올해도 여전히 추도 행사가 벌어지겠군요. 수령님도 죽겠으면 꽃피는 4월에 죽을 것이지 꽃이 제일 바른 7월에 죽어가지고 꽃을 찾아 온 산야를 헤매던 생각이 납니다. 그것도 비를 쭐쭐 맞으면서 말이지요.

올해는 어떻습니까? 올해도 꽃을 찾아 산속을 헤매고 계실 고향사람들과 친구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 옵니다. 수령님은 인민과 한 약속, 고깃국도, 비단옷도, 기와집도 모두 지키지 못했는데 왜 인민은 수령님을 위해 비를 맞으며 꽃을 얻으러 다녀야 하는지 젊은 여러분 우리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오늘 이시간도 전번시간에 이어 여기 남한젊은이들의 결혼식 문화에 대하여 이야기 하겠습니다. 전번시간에 저는 여기 남한젊은이들이 결혼식을 집에서 하지 않고 웨딩홀이라는 궁전같이 큰집에서 치르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였습니다.

큰상도 받지 않고 그냥 주석단같은 단상에 신랑 신부가 올라서서 주례라는 사람이 하는 훈시를 들어야 합니다. 주례란 신랑 신부가 살면서 존경했던 사람이나 사회에 저명한 인사 뭐 등등 북한으로 말하면 간부라고 할까요 그런 사람이 나와서 결혼생활에서 지침으로 삼아야할 여러 가지 좋은 말들을 신랑 신부에게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뭐 북한에도 주례 비슷한 것이 있지요. 결혼식 할 때 직장 간부들이 와서 당에 배려에 충성으로 보답하라고 훈시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북한에서는 결혼생활도 김정일과 당에 연관시켰다면 여기 남한에서는 가정에서 지켜야할 부부간의 예의 신의 뭐 그런 것 들을 강조하는점이 다른 점이지요.

주례선생님의 지루한 연설이 끝나면 축가가 이어집니다. 축가는 신랑 신부의 친구들이 부르는데요 여기 남한결혼식에서 유일하게 부르는 노래라 하겠습니다.

축가가 끝나고 하객들에게 정중히 인사를 한 신랑신부는 행진을 하면서 퇴장합니다. 노래 반주에 맞추어서요. 그러면 하객들은 박수를 치며 그들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축복해 줍니다. 폭죽도 쏘고 꽃 보라도 뿌리면서요.

그다음 피로연이라는 연회가 펼쳐지는데 연회는 웨딩홀이라는 곳에서 다 준비 합니다. 결혼식을 하려면 여자들이 밤을 새워가며 떡을 만들고 두부를 앗고, 지짐을 지지는 북한과는 달리 여기남한에서는 결혼식이 참 싱겁습니다. 결혼식을 해도 손에 물방을 하나 안 묻히고 그저 돈만 지불하면 웨딩업체에서 음식을 다 만들어 주거든요.

음식도 수십 가지가 넘는 음식을 쫙 진열해 놓고 자기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골라 먹을 수가 있습니다. 조선식 음식으로부터 시작해서 중국식, 일본식, 유럽식 음식까지 모두 있는데요, 자기 취향에 따라 골라서 먹을 수 있고 10번이든 20번이든 마음껏 계속해서 가져다 먹을 수 있습니다.

북한하고 같이 여기 남한에도 부조문화가 있는 데요 주로 돈으로 부조를 합니다. 웨딩홀에서 결혼식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이 부조 돈으로 다 충당하게 됩니다.

결국 하객들은 결혼식에 와서 자기가 부조한 돈으로 식사를 하고 가는 셈이지요. 결혼식이 끝나면 신랑 신부는 북한처럼 친구들이랑 즐겁게 노는 것이 아니라 신혼여행이라는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모든 것이 부족하고 또 교통이 불편한 북한에서는 고위급 간부의 자녀들도 하지 못하는 신혼여행을 여기 남한의 젊은이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것이 되었습니다.

신혼여행은 자기 형편에 맞추어 가는데요, 능력이 있고 돈이 있는 사람은 해외여행을 가고 좀 가난한 사람은 제주도나 국내에 경치 좋은 곳으로 신혼여행을 가고 있습니다.

요즘은 대부분 국내보다는 국외로 많이 가는데요, 미국이나 유럽 쪽으로도 많이 가고 동남아나 일본에도 많이 갑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해외 신혼여행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고요 국내의 주요 명승지들을 찾는 신혼부부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러분 민족과 운명, “차홍기”편에서 차홍기와 그의 처가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을 만나러 캐나다에서 미국까지 차를 타고 가는 장면이 생각나시죠, “목동의 노래” 를 부르며 승용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그 장면,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장면이 여기 남한에서는 노동자 농민 등 근로하는 인민대중의 아들딸들도 모두 누리는 평범한 것이 되었습니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새 신부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신혼여행을 갈수도 있고 또 좀 더 색다른 경험을 하기 위해 자가용을 타고 전국을 유람하는 신혼부부들도 있습니다.

여러분! 어떻습니까? 생각 만해도 부럽지 않으십니까? 저 역시 아내와 함께 비록 신혼여행은 아니지만 자가용을 타고 한 달에 한 두 번은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군 합니다. 경치 좋은 곳으로 가서 물고기도 잡고 어죽도 쑤어 먹고 고기도 구워 먹고 놀다가 오군 하지요.

젊은 여러분 저는 여러 시간에 걸쳐 여기 남한 젊은이들의 사랑과 결혼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것으로 마치고 다음시간에 는 좀 더 유익하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