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탕

해마다 이 계절이 되면 치르는 작은 전쟁이 있습니다. 서해의 꽃게잡이 배들 때문에 벌어지는 남반부와 북반부와의 교전입니다. 제가 서울에 와서도 벌써 몇 해 째 북쪽해병들이 꽃게잡이에 나선 남쪽 어부들을 사격하거나 남쪽에 침입을 하여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촉즉발의 위기가 왔던 적이 있습니다.

요즘은 꽃게잡이 철입니다. 올해엔 아직 연평도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꽃게잡이를 둘러싼 여러 차례 교전에서 많은 남쪽의 군인들이 전사하였고 북쪽도 마찬가지로 인민군의 어린병사들이 총알받이가 되어 전사하였지요. 해마다 교전이 일정도로 꽃게잡이는 서해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생업이고 이 계절이야 말로 꽃게잡이를 위한 황금의 계절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연중 꽃게가 가장 맛이 좋은 계절입니다. 며칠 전 저는 북녘 땅이 바라보이는 강화도에 다녀왔습니다. 바다에 들려 갈매기들에게 새우깡이라는 과자를 던져주니 갈매기들이 얼마나 많이 날아들던지 재미가 있었습니다.

강화도에는 꽃게전문점들이 많이 있는데 저는 그날 충남서산집이라는 곳에서 저녁을 먹었습니다. 푸짐하게 무쳐주는 밴댕이회도 새콤, 달콤, 매콤 너무 맛있었고 해물 지짐도 맛있었습니다.

제일 맛이었던 것은 꽃게탕이었는데요 여러 가지 채소들과 단 호박과 감자, 꽃게를 넣어 끓인 꽃게탕은 정말 둘이 먹다 셋이 죽어도 모를 정도로 별맛이었습니다. 주인집아주머니의 후한 인심이 곁들여져 나온 모든 음식들은 아늑한 고향집을 방불케 했고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안식을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한창 알쓸이 계절이라 알이 꽉 찬 꽃게들은 살이 올라 팽팽했고 게살은 맛이 달콤하고 부드러웠습니다. 거기에다가 멸치로 만든 육수에 단 호박과 감자를 넣어 끓인 꽃게탕 국물은 구수하였고 향긋한 맛을 풍기는 미나리를 비롯한 채소들은 봄의 정취를 느끼게 하였습니다.

이 집에서 만든 꽃게탕은 특징이 뜨덕제비(수제비)를 넣어 주는 것이 특징인데요, 쫄깃쫄깃한 밀가루 떡은 꽃게탕과 어울려 정말 맛의 절정을 이룹니다. 강화도에는 충남 서산집 외에도 가는 곳마다 꽃게탕집이 있구요. 이외에도 게장요리와 꽃게찜 집도 많이 있답니다.

해마다 교전이 일어나곤 하는 연평도에는 아예 꽃게마을이 있는데 훌륭한 관광명소입니다. 이외에 서울에 사는 저희들이 불현듯 바다가 보고 싶을 때 손쉽게 찾게 되는 곳은 인천인데요. 특히 송도유원지는 바다로 환히 트인데다, 기암과 송림이 아름다운 청량산이 병풍처럼 막아선 관광 명소입니다. 주말이나 연휴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외식을 하러 나오는 관광객이 많은 까닭에 송도에는 별미집이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꽃게탕은 송도를 대표하는 음식이라고 하는군요. 인천에는 북쪽사람들에게 영화를 통해 잘 알려진 월미도도 있습니다. 인천은 인근 서해안에서 잡아들인 해산물이 모이는 어업 중심 기지여서 해산물 먹거리가 많은 지역입니다. 매년 4∼6월에 많이 잡히는 싱싱한 꽃게가 모여들다 보니 꽃게를 이용한 음식점이 하나 둘 늘어났는데 송도유원지 정문 앞 골목에는 20여 곳의 꽃게탕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꽃게탕의 특징은 국물이 걸죽하지 않다는 점인데 탕을 끓일 때 노란 빛깔의 게장은 빼고 끓입니다. 그래야 국물 맛이 텁텁하지 않고 맑아 담백한 맛을 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청양고추를 넣어 끓이면 얼큰하면서 시원한 맛을 더해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게 된답니다. 빼낸 게장은 젓갈을 담가 따로 내는데, 밥을 비벼 먹으면 그 자체로도 하나의 별미가 되지요. 제철에 잡힌 꽃게는 알이 많고 살이 차고 단단해 그 맛이 고소하다. 대부분 식당에서는 제철에 구입한 꽃게를 냉동 보관해 사시사철 신선한 서해안 꽃게를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남쪽은 가는 곳마다 먹거리 천지이고 맛있는 집과 맛있는 음식들이 많아 가끔은 여기가 우리가 그리던 공산주의 이상촌, 바로 천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쪽에도 꽃게가 잡히기는 하지만 김정일을 비롯한 권력층 입에만 들어가고 또 나머지는 팔아서 외화를 벌어들여야 하니 인민들이야 언제 꽃게 맛을 볼 수나 있겠습니까? 게다가 요즘엔 연유가 부족하여 배들이 바다엘 나가지 못하니 더욱 해산물 먹어보기가 하늘에 별 따기이지요, 하루빨리 개혁과 개방은 이루어져야 합니다.

가고 싶은 곳에서 또 먹고 싶은 음식을 즐기면서 가족과 함께 보내는 행복한 시간들을 위해 우리는 개혁과 개방,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