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2006.03.09
북이나 남이나 겨울이 지나고 봄철이 되면 또 한 가지 중요한 일이 생깁니다. 그것은 이사지요. 봄가을은 결혼의 계절이어서 새 가정을 꾸린 부부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이사들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풍경은 북쪽도 마찬가지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북쪽은 거주나 퇴거가 극히 제한되어 있어서 일생에 이사를 몇 번 하지 않아도 되지만 남쪽에서는 이사가 매우 잦지요.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은 처음부터 자기 집을 갖고 생활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고 월세집이나 전셋집으로 시작하게 되는데 월세나 전세들은 자주 이사를 해야 되는 특징이 있습니다.
국가에서 집을 배정하는 북쪽에선 전혀 이해 할 수 없는 체계입니다. 북쪽에서는 원칙대로 하면 국가에서 집을 배정받은 후에 입사증을 받아야만 집에 입주를 할 수 있는데 남쪽에서는 개인들이 집을 구하여 쌍방 간에 계약이 이루어지면 입주가 가능하답니다. 입주형태에는 집 가격에 맞는 금액을 100%지불하고 집을 자기소유로 만든 후에 입주하는 형태와 집을 임대(빌리는 것)하여 입주하는 형태가 있는데 임대 형식에 월세와 전세가 있습니다.
월세는 부동산 즉 집을 소유한 주인에게 일정량의 보증금을 맡기고 매월 집을 사용하는 사용료를 내는 형식으로 집을 빌려서 사용하는 것을 말하며 전세는 부동산 소유자가 임대료 대신 전세금을 받고 일정한 기간 동안 상대에게 부동산 즉 집을 사용할 수 있게 한 뒤, 부동산을 반환받을 때 전세금을 되돌려 주는 것을 말합니다.
이 사용료는 집을 빌리는 것에 대한 비용이고 생활에 필요한 수도, 전기, 전화 그리고 집 관리 비용은 따로 내야 하는데 이것은 공과금이라고도 한답니다.
북한의 사용료와 조금은 다르지요.
전세금은 집을 살 때 드는 돈보다 적기 때문에 현금이 많지 않아 집 가격을 치를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남쪽에서는 국가에서 집을 배정하는 북쪽과 달리 자신들이 돈을 벌어서 집을 구입해야 합니다. 따라서 입사증 같은 것은 필요 없고 쌍방 간에 계약서만 작성되면 집에 입주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쪽에서도 국가에서 집을 배정한다고 하지만 물량이 모자라기 때문에 집을 매매할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집 매매는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불법이라서 암암리에 해야 하고 입사증을 발급받으려면 엄청난 뇌물을 주어야 하지요.
저도 북에 있을 때 집을 샀던 적이 있는데 도시경영과 배정지도원에게 엄청난 뇌물을 주고 입사증을 발급받았지만 시검찰소 부검사장이란 사람이 집을 빼앗겠다고 해서 눈물을 많이 흘렸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 정말 앞이 참담했습니다. 겨울동안 하루 2시간만 자면서 겨울목도리를 손으로 떠서 팔아 겨우 겨우 마련한 돈으로 별로 좋지도 않은 집을 샀었는데 사회주의 사회에서 금지된 집 매매를 한 범법자로 몰려 검찰소에 불려가 조사를 받고 집과 돈을 모두 빼앗길 번했던 적이 있었지요.
사실 북쪽에서 돈이 있으면 누구나 집을 사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잖아요 돈이 없으면 단칸방에서 여러 커플(쌍)이 함께 생활해야 하니까 불편하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도 없고 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를 에피소드도 많구요.
국가에서는 집을 많이 지어야 하지만 자재가 부족해 집을 짓지 못하니 제대군인 특류나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집을 전혀 주지 않잖아요. 남쪽에서도 집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래서 많은 신혼부부들은 전세나 월세 집에서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래도 세월이 지나면 조금씩 돈을 모아 자기 집을 마련하게 되지요.
또 살아가는 과정에 집 가격도 오르기도 하고 하니까 자기 집을 가지게 되는 것이 너무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결혼 전에 집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는데 만일 지역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기가 살고 싶은 지역에 전, 월세를 살기도 한답니다.
남쪽은 북쪽처럼 거주나 퇴거나 국가의 승인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집을 마련할 돈 만 있으면 어디든지 살 수 있답니다. 거주나 퇴거에 대해서는 신고만 하면 되니까 전혀 문제 될 것이 없구요. 제 입장에선 국가에서 집을 배정하는 북쪽보다 저는 자신의 능력에 따라 집을 선택할 수 있는 남쪽의 체제가 훨씬 편리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