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데이
2006.03.16
지난 3월 8일은 국제 부녀절이었지요. 이날은 상당히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북쪽의 남성들이 연중 가장 여성을 가장 많이 배려하는 날이기도 하지요. 실제로 북쪽에서 기념하는 3.8국제 부녀절의 의미가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언제부터인지 3월8일 만큼은 남편이 아내를 대신 해서 아침밥을 지어주는 유일한 날이고 아내에게 사랑의 마음을 표현하는 선물도 주는 풍습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또 직장에서는 남자들이 여성들을 위해 선물도 하고 맛있는 식사 대접도 해주면서 여성들을 우대하는 날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여성들은 연중 이날을 많이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지난달에는 여성이 남성에게 사랑의 마음을 고백하는 발렌타인 데이가 있었는데요. 이달에는 반대로 남성이 여성에게 사랑의 마음을 고백하는 화이트데이가 있답니다.
화이트 데이는 3월 14일인데 사실 발렌타인 데이처럼 유래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화이트 데이는 일본의 한 제과회사가 발렌타인 데이 덕분에 초콜릿이 많이 팔려 이득이 생기자 덜 팔린 사탕이 소비되도록 촉진하기 위해 만들었다고 합니다.
발렌타인 데이에 여자가 남자에게 초콜렛을 선물하는 관행이 처음 생긴 것이 1958년인데 이때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 고백을 쉽게 못하는 분위기였으나 모리나가 제과에서 초콜렛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이날 하루라도 여자가 남자에게 자유로이 사랑을 고백하게 하자'는 캠페인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교묘하게 '초콜렛을 선물하면서 고백하라'는 말을 끼워 넣어서 초콜렛 장사를 한 것이 시초가 되었는데 이런 캠페인이 있다 해도 당장 여자가 남자에게 사랑 고백을 하기 어려운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아서, 처음에는 인기를 끌지 못하다가 1970년대 들어와서야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렛을 선물하는 관행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무렵에, 초콜렛 장사로 큰 소득을 올린 모리나가 제과에서는 비인기 품목에 속하던 초코파이 속에 들어 있는 크림을 단단하게 굳힌 마시맬로우를 팔려는 계획으로 "2월 14일에 초콜렛으로 받은 사랑을 3월 14일에 마시맬로우로 보답하라"는 내용의 광고를 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최초의 이름은 '마시맬로우 데이'였는데 마시맬로우가 흰색이기 때문에 '화이트 데이'로 이름이 바뀌어 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기념일이라고 하기에는 그 유래가 엉성한 부분이 있지만 발렌타인 데이와 마찬가지로 화이트 데이는 젊은 청춘남여들에게 연중 매우 중요한 날이라는 점입니다.
이날 초콜릿선물을 얼마나 많이 받느냐가 관건인데요. 뭇 남성의 관심을 받는 여성일수록 선물을 많이 받겠지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고 다시 확인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구요. 요즘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꼬마들까지 화이트 데이를 즐기는데 학급에서 제일 인기 많은 여자애가 초콜릿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하는군요.
저의 10살 난 아들도 여자친구에게 줄 초콜릿을 산다고 야단이었답니다. 그리고 엄마인 저에게도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 하나를 선물로 주더군요. 아들에게서 받은 초콜릿 선물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이날 하루에 팔려나가는 초콜렛의 양은 어머어마 합니다. 아마 발렌타인 데이가 있는 2월과 화이트 데이가 있는 3월이 초콜릿을 만드는 제과회사들에서는 가장 중요한 달이 될 거에요.그리고 초콜렛뿐 아니라 장미나 귀걸이 목걸이 반지를 선물하기도 하지요
물론 북쪽의 여러분에게는 너무 생소하고 낯선 일상일거라고 생각됩니다. 북쪽에서 초콜렛은 외화를 취급하는 상점에서만 구입할 수 있고 또한 귀걸이나 목걸이, 반지 같은 귀금속을 개인이 소유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니까요 남쪽에선 사랑을 고백할 때 반지는 기본이더라구요, 그리고 최근에는 결혼을 하지 않았어도 연애기간에 서로 커플(쌍)링이라고 해서 남녀가 꼭 같은 반지를 맞추어 끼고 다니는 경우도 있답니다.
좀 더 유쾌한 이벤트를 원하는 사람들은 재미를 더하기 위해 초콜렛에 반지를 넣어 전해주기도 하지요. 하여간 화이트데이와 발렌타인데이를 통해 우리는 남북한의 전혀 다른 문화를 비교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북쪽의 가부장적인 남성들도 언젠가는 마음에 드는 여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면서 쑥스러운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수 있는 그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