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전국의 모든 공공기관, 단위, 공장, 기업소 외관에 잔디밭을 조성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식량이 절실한 북한 주민들에겐 황당한 지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9일 “요즘 도당위원회에서 잔디를 심을 데 대한 ‘위대성 교양자료’를 배포했다”면서 “이에 주민들은 당에서 인민의 어려운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달의 위대성 교양학습에서는 2012년 9월 원수님(김정은)이 나라의 전반 사업을 토의 중에 잔디심기를 중요한 화제로 떠올렸다는 내용이 전달되었다”면서 “이를 계기로 전국에 잔디심기를 일반화 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원수님의 시험포전 방식대로 잔디심기 방법이 알려졌는데 땅을 30~40cm 깊이로 파고 흙을 구워서 보드라운 채로 친 후 깔고 심으라는 등 구체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콩, 옥수수, 감자 심을 땅에 잔디 심어라?”
이어 “하지만 (교양) 참가자들은 ‘지금처럼 식량사정이 어려운 시기에 잔디가 웬 말이냐’며 황당해 했다”면서 “심각한 식량난으로 공장 구내의 공지와 자투리 부지에 콩과 옥수수, 감자를 심어야 하는데 먹지도 못할 잔디를 심을 것을 지시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해 시안의 많은 공장, 기업소에서 자체로 공장둘레와 구내 부지에 곡식을 심어 나누어 먹었다”며 “공장 간부들은 식량부족에 시달리는 종업원들을 위해 공장의 담장 아래, 구내에 비어있는 공지에다 모두 곡식을 심도록 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당에서 원수님의 잔디심기 경험을 일반화 한다며 올해 전국에 잔디밭을 조성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일부 주민들은 ‘굶주리는 인민의 처지를 얼마나 모르면 그런 황당한 지시를 내리느냐’며 깊은 한숨을 쏟아내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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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평안북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20일 “요즘 당에서 원수님의 잔디심기 방법을 전국에 일반화할 것을 지시했다”면서 “모든 기관, 단위, 기업소들에 잔디밭을 조성할 것을 지시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잔디밭 조성 지시는 원수님(김정은)의 ‘위대성 교양자료’를 학습하면서 하달되었다”면서 “원수님(김정은)이 시험포전에 수십종의 외국의 잔디를 가꾼 것처럼 땅을 40cm 깊이로 들추어내고 흙을 구워 보드라운 채로 쳐서 깔고 심어야 한다는 재배방법도 제시됐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잔디밭을 조성하라는 당의 지시에 회의장은 일시에 냉담한 분위기에 휩싸였다”면서 “땅을 깊게 파는 것도, 흙을 불에 굽는 것도 다 배부를 때나 하는 말이라며 굶주린 사람들이 무슨 힘으로 땅을 깊게 파며 흙은 무엇으로 구우라는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지방의 공장과 마을에는 거의 빈 공지를 찾아 볼 수 없다”면서 “도안의 어느 공장, 어느 기관에 가 보아도 담장 밑이나 공장 구내의 작은 공지에도 콩과 옥수수 같은 곡식을 심고 있는데 당에서 잔디심기라는 황당한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국은 늘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어머니 당’, 이민위천의 인민정책 구호를 내세웠지만 정작 인민의 생존과 직결된 식량문제는 외면하고 있다”면서 “식량난의 엄중성을 얼마나 모르면 잔디밭을 조성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겠냐”고 덧붙였습니다.
이와 관련 한국 통일연구원의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즉흥적이고 독선적인 정책 집행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조한범 박사: 김정은의 경우 정치가 아주 독선적입니다. 즉흥적이고. 지방발전 20X10 정책도 8차 당대회의 결정사항이 아닌데 김정은이 회의에서 즉흥적으로 지시를 내렸고… 또 지방공업 공장뿐 아니라 종합봉사소라든지 보건의료라든지, 이런게 또 추가가 됐거든요. 그렇게 보면 이번 잔디밭 같은 경우도 북한의 생활 실정에 맞지 않는… 김정은 집권 초에 잔디심는 캠페인을 많이 했거든요. 왜냐하면 김정은 유학했던 해외의 경우 이 잔디화가 일상화돼 있기 때문에 그런 장면들을 북한에 적용시키려는 의도인데, 문제는 북한의 실정에 전혀 맞지도 않고 그런 것들이 오히려 생산성 하락이라든지, 아니면 주민생활에 불편을 초래하는 데도 불구하고 일방적인 지시가 내려가고 있다, 이렇게 볼 수가 있죠.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