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내 자가용 증가에 따른 주차난

앵커: 북한에서 개인 자가용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제는 주차난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주차 공간이 부족해지자 일부 공장과 기업소는 남는 부지를 유료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늘은 북한에서 늘어나는 개인 차량과 그에 따른 주차 문제를 취재한 정영 기자와 함께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북한 당국이 개인들의 자가용 소유를 허용한 이후 주차 문제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 배경부터 설명해 주시죠.

정영 기자: 네. 북한은 2024년 개인 자가용 소유와 등록 절차를 크게 완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개정했습니다. 이후 개인 명의의 노란 번호판을 단 자가용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해 11월 평양 화성지구에 문을 연 아미산자동차기술봉사소를 소개하면서 승용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버스, 오토바이, 전기자전거 등 다양한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국은 개인이 자동차를 구입할 때 자금의 출처를 엄격히 따지지 않는 방향으로 사실상 허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돈이 있어도 눈치를 보며 소비를 자제했던 주민들이 이제는 자가용 구매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평양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촬영한 사진을 보면 개인 자가용을 뜻하는 노란색 5자리 번호판 차량이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평양의 개인 자가용 등록 대수가 이미 1만 대를 넘어섰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자가용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제는 차량을 어디에 세울 것인가 하는 주차 문제가 새로운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앵커: 남한이나 미국에서는 아파트를 지을 때 주차장부터 함께 계획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어떻습니까?

정영 기자: 북한에서는 오랫동안 개인이 자동차를 소유하는 것 자체가 매우 드문 일이었습니다. 일반 주민은 오토바이 정도를 소유할 수 있었을 뿐, 승용차는 국가기관이나 기업소 소유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평양이나 청진 같은 대도시에서도 아파트를 지을 때 지하주차장이나 공용 주차장을 함께 만드는 개념이 거의 없었습니다. 북한의 아파트 건설은 짧은 기간 안에 완공하는 데 중점을 두기 때문에, 한국이나 미국처럼 지하를 깊게 파서 주차장을 조성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은 주차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습니까?

정영 기자: 가장 큰 문제는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평양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RFA)에 “평양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주차 공간 부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주민들이 공장이나 기업소에 차를 맡기는 가장 큰 이유는 차량 절도 때문입니다. 소식통은 “길가나 외진 곳에 차를 세워두면 밤사이 백미러나 타이어 같은 부품이 도난당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며, “차주들이 공장이나 기업소에 매달 일정한 비용을 내고 차량을 보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평양의 대형 공장이나 기업소는 공장보위대가 24시간 경비를 서고 있기 때문에, 차주들이 보위대장에게 사례비를 주고 경비실 근처에 차량을 세우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규모가 작은 공장이나 기업소에서는 간부나 야간 경비원에게 주차비를 내고 차량 관리를 부탁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지방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나선시의 한 주민은 자유아시아방송에 “개인 자가용이 늘면서 자동차 부품을 훔쳐가는 도둑도 많아졌다”며, 차량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해 화물용 컨테이너를 개조해 개인 차고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컨테이너를 주차 공간으로 개조해 사용한다고요?

정영 기자: 네. 북한에서 컨테이너를 차고로 사용하는 사례가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 자가용이 크게 늘고 차량 부품 도난도 잦아지면서 이런 방식이 더욱 확산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나선시의 한 주민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개인 차량을 보관하기 위한 컨테이너 수요가 크게 늘면서 가격이 미화 1천 달러 정도까지 올랐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는 컨테이너 자체가 흔하지 않아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평양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평양의 한 소식통은 “일부 기관과 기업소가 공장 안의 남는 부지를 유료 주차장으로 활용하거나 컨테이너를 개조한 차량 보관시설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일본산 승용차나 볼보 같은 고급 차량은 부품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차주들이 돈을 내더라도 보다 안전한 보관시설을 찾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북한에서도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값비싼 개인 재산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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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는 위성사진에서도 확인됩니다.

남한 통일연구원 정은이 인도협력연구실장은 지난해 발표한 ‘위성에서는 제재가 보이지 않는다’ 보고서에서, 2019년에는 차량이 거의 없던 청진시 남향시장 일대가 2024년에는 수십 대의 택시가 주차된 공간으로 바뀐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평양 해방산호텔 앞에도 다양한 승용차들이 빼곡히 주차된 모습이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정 연구실장은 이곳이 개인이 기관 명의를 빌려 운영하는 택시회사의 차고지로 활용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연구실장은 16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개인의 자동차 소유를 허용하면서 차량 판매뿐 아니라 등록과 관리, 주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경제 활동이 생겨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 “2024년에 북한에서 자동차를 소유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그것을 통해 차량 소유를 허가해주는 기관들이 돈을 버는 상황이 됐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이 자동차 소유를 허용하면서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부수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주차 역시 그런 변화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6년 1월 28일 촬영된 위성사진, 북한 평양 대동강호텔 인근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된 모습이 담겨 있다.
2026년 1월 28일 촬영된 위성사진에 북한 평양 대동강호텔 인근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된 모습이 담겨 있다. 2026년 1월 28일 촬영된 위성사진, 북한 평양 대동강호텔 인근 주차장에 차량들이 주차된 모습이 담겨 있다. (Planet Labs PBC via Reuters)

앵커: 이번 현상이 보여주는 북한 사회의 변화는 무엇입니까?

정영 기자: 가장 큰 변화는 개인 자가용이 더 이상 일부 특권층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돈이 있는 주민이라면 합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미 법으로 개인의 자가용 소유를 인정한 만큼 이를 다시 쉽게 되돌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도 과거에는 화폐개혁과 같은 강제적인 방법으로 주민들의 자금을 통제하려 했다면, 지금은 자동차 구입 과정에서 자금의 출처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대신 차량 등록과 판매, 관리 등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새로운 경제 활동을 유도하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주차 공간 부족과 차량 부품 도난, 유료 주차장 확대 같은 새로운 사회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자가용 증가에 맞춰 공장과 기업소가 주차장을 운영해 수익을 올리는 등 시장경제적 요소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은 북한에서 개인 자가용이 늘어나면서 새롭게 나타나고 있는 주차난과 유료 주차장에 대해 정영 기자와 함께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