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교수 칼럼] 통일의 준비와 기다림


2008.02.28

란코프

저는 남북한이 조만간 통일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통일이 단계적으로 진행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동서독이 그랬듯이 통일은 갑작스럽게 닥쳐옵니다. 또, 남북한 사이에 경제 수준 격차를 볼 때, 남북통일은 흡수 통일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독일식 흡수통일은 북한 사람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킬 것입니다. 남한의 높은 경제 수준은 통일 이후에 북한의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통일 한반도에서 굶어 죽는 사람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얘깁니다. 또, 오토바이나 칼라 텔레비전과 같은 장기 용품도 쉽게 갖게 될 것입니다. 통일 이후 2-3년 내에 평범한 북한 사람들의 소비 수준은 김정일 시대에 중급 간부 수준으로 올라갈 것입니다.

그렇지만 북한 사람들은 이런 물질적 풍요에 금방 익숙해질 것 같습니다. 매일 쌀밥을 먹는 것, 오토바이를 타고 공장으로 가는 것이 보통 일처럼 어느새 일상적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인간은 물질적인 필요가 만족하게 되면 사회적, 정신적인 필요의 만족을 지향하는 법. 흡수통일의 경우에 북한 사람들이 직면할 사회적 문제는 많고 이런 문제는 통일이 가져다준 물질적 풍요를 잊게 할 수 있습니다.

통일 사회에서 북한 출신이 대면할 제일 큰 문제는 교육의 부족입니다. 현대 사회는 지식이 움직이는 사회입니다. 그러나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받던 교육은 헛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 대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기술은 1960년대 수준의 기술입니다. 물론 여러분이 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제가 보기에 북한 기술자, 북한 의사는 현대 공장, 현대병원에서 거의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부족한 지식을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공부는 시간, 능력과 의지를 필요합니다.

그래서 흡수통일의 경우에 북한 사람의 대부분은 통일 사회에서 좋은 직업을 갖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통일한국에서 근로자가 될 기술자, 아니면 간호원이 될 의사는 통일 이전 시대보다 훨씬 잘 살겠지만 그들의 상대적 사회 위치가 떨어질 것입니다. 그 때문에 남북 갈등이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북 사람들은 이남 사람들이 자부심만 있다고 오해할 수 있고 이남 사람들은 이북 사람들을 무식하다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준비와 기다림입니다.

남과 북은 이런 상황을 대비해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리고 남북의 23년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시간을 가지고 기다리고 서로를 지켜봐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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